[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가 이란 내부의 권력투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금 세탁 방지' 국제 규정을 준수하자고 설득에 나선 이란 외무장관이 내부 강경파들과 충돌했다.
FT는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자금 세탁은 현실"이라며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국제 규정 준수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강경 보수파의 공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충돌은 미국의 대이란 압박 전략으로 경쟁 파벌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란 핵협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자리프 장관은 유럽연합(EU)과 사업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금 세탁 방지 규정을 준수하자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EU는 핵협정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란이 미국의 제재에 맞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란 핵협정은 지난 2015년 이란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이 맺은 것으로, 이란이 핵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이란에 가해진 국제 제재를 해제해주는 게 골자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5월 이 협정에서 탈퇴하면서 해제됐던 미국의 제재를 두 차례에 걸쳐 모두 복원했다.
특히 지난 5일 복원된 제재는 이란의 숨통인 석유 부문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란에 큰 타격이 됐다. 때문에 이란 권력층 내부에서 여러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고 FT는 전했다. EU를 비롯해 러시아와 중국은 핵협정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 강경파들은 자리프 장관과 중도파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국제 사회의 지지를 받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그들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국제적으로 형성되면 국내에서도 그들의 입지가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핵협정이 자국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핵협정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이란 봉쇄' 강도가 높아지자 EU 국가들은 이란의 추가 고립을 막기 위해 이란에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의 권고를 따른 유엔 조약에 대해 비준을 얻으라고 촉구했다. FATF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자금 세탁 방지 국제기구다.
자리프 장관과 로하니 대통령은 이 조약이 유럽 국가들이 미국 제재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은 이란과 글로벌 금융 시스템과의 연결을 유지할 '지불 채널'을 설치해 미국의 제재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엔 조약 준수안은 지난달 이란 의회를 통과했지만 강경파가 지배하는 헌법수호위원회는 이 준수안은 수정이 필요하다며 의회로 다시 반려했다. 이에 대해 FATA는 이 준수안이 내년 2월까지는 이란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데드라인을 뒀다.
이란 강경파 세력과 가까운 한 기업체 간부는 "유럽이 이란에 무언가를 먼저 주지 않는 한, 우리는 그것이 통과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은 더 잃을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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