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당사자들의 이해를 구한 뒤 일본 기업 대신 배상한다"는 해결책을 제안했다.
아사히신문은 15일 조간으로 공 전 장관과의 인터뷰를 전했다. 공로명 전 장관은 주일 한국대사와 외무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동아시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지난 13일 이낙연 총리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주최한 간담회에도 참석하는 등 현재도 한국 외교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앞서 한국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新日鉄住金·신닛테츠스미킨)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개인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한일 관계의 법적 기반을 흔드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008년 한일포럼에 참석한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왼쪽)과 후쿠다 야스오 당시 일본 총리(우)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
공 전 장관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체결되던 때도 한국 외무부(당시)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청구권 협정과 관련한 한국 측 주장엔 징용 피해자에게 미지불된 임금 문제가 포함됐다. 이에 대해 일본은 "단순 계산으로 7000만달러 정도"라고 주장했고, 일제 통치 36년 간 있던 다양한 사안을 고려해 "무상공여 3억달러·유상공여 2억달러·민간차관 1억달러 이상"이 결정됐다.
다만 이번에 나온 대법원 판결은 "(징용 피해자들이) 불법으로 강제돼 받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불하라고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 전 장관은 "법률보다 정치적으로 해석된 판결이지만 사법 판단은 존중해야만 한다"며 "한국 정부의 고뇌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공 전 장관은 "일본은 배상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말싸움만 하는 걸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해결책을 생각하는 게 정치가가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해결책으로는 한일 청구권협정에 근거해 중재위원회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공 전 장관의 해결책은 조금 다르다.
그는 "한국 정부가 피해자들의 이해를 구한 뒤, 대법원이 판결로 일본 기업에 지불하라고 한 배상금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 정부에 대해선 "한국 국민에게 의미있는 보상을 해 억울함을 풀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 전 장관은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36년 간 일제 통치는 복잡한 문제이며 일본은 이를 정관(静観·객관적으로 봄)해야 한다"며 "(한국 측을 비난해)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징용 문제와 관련된 일본 기업 가운데엔 강제징용과 화해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있다며 "한국 정부·기업과 함께 기금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공 전 장관은 마지막으로 "지금이야말로 한국과 일본 쌍방이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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