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물에서 반전 캐릭터 지성 열연
'런닝맨' '무확행' 등 예능 출연은 '힐링'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5년 전만 해도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짝사랑, 착한 남자 등이었다. 훈훈한 외모에 상냥한 말투, 따뜻한 미소를 장착한 채 순애보적 사랑을 쏟는 모습은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 얼굴이 달라졌다. 차갑거나 의뭉스럽거나. 때로는 잔인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배우, 이상엽(35)이 오랜만에 극장가에 돌아왔다.
이상엽의 신작은 오는 7일 개봉하는 스릴러물 ‘동네사람들’이다. 영화는 여고생이 실종됐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의문의 마을에 새로 부임한 체육교사가 이 사건의 실마리를 쫓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중 이상엽은 교내 최고 인기 미술 교사 지성을 연기했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이상엽은 “지금 제가 여기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개봉 소감을 털어놨다.
[사진=CJ ENM] |
“사실 도망가려고 했던 작품이었어요. 이거까지 하면 진짜 다크해지고 나락으로 떨어질 거라 생각했죠. 감독님께도 진심으로 나 하면 안되겠다고, 자신 없다고 말했어요. 근데 그런 혼란스럽고 복잡한 모습이 마음에 드셨나 봐요(웃음). 같이 만들어보자고 설득하셨고 그렇게 하게 됐죠. 막상 하고 나니 기분은 좋아요. 스크린에 이렇게 제 얼굴이 계속 나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웃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사실 이상엽이 맡은 지성은 단순한 ‘인기 교사’ 캐릭터가 아니다. 친절함 뒤에 차가운 표정을 감춘, 반전을 지닌 인물이다.
“숨이 찰 정도로 힘든 촬영이었어요. 게다가 첫 신을 21번 찍었거든요. 그 뒤로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현장에 갔죠(웃음). 근심이 많았어요. 특히 표현을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 불안했죠. 표현의 한계가 있는 캐릭터라 중심을 잡기도 힘들었고요. 그래서 관련 스틸을 많이 봤죠. 묘한 기운이 있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들도 제 곁에 잘 안왔어요. 그런 아저씨가 불쌍했는지 천진난만한 김새론이 말을 걸어줬죠(웃음).”
마동석(기철 역)과의 액션신은 그가 꼽는 가장 공포스러웠던(?) 촬영이다.
“대본 볼 때는 사실 별다른 생각이 없었어요. 근데 촬영 당일 형이 연습하는 걸 봤는데 너무 무섭더라고요. 촬영할 때도 정말 공포스러웠죠. 보면 제가 형에게 위해를 가하고 짓는 표정이 있거든요. 그건 ‘화가 난 마동석을 마주한 이상엽’이죠. 진짜 겁을 먹었어요(웃음). 아주 현실적이었죠. 영화를 보면서도 (극중에서 마동석과 대립하는) 진선규(병두 역)형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형은 정말 좋은 배우예요. 하하.”
[사진=CJ ENM] |
최근 이상엽은 예능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SBS ‘런닝맨’ 게스트 출연을 시작으로 ‘정글의 법칙 보물섬 in 사모아’, ‘무확행’ 등에 연이어 출연 중이다. 이번 영화를 포함, 최근 어두운 역할을 많이 맡은 터라 예능 출연이 방해가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했다.
“사실 전 악역을 하면서 상엽이가(웃음) 잘 살 수 있을까 늘 걱정해요. 늘 악역을 맡으면 이상엽으로 되돌아가는 시간이 부족하더라고요. 근데 그게 예능으로 어느 정도 희석되는 거죠. 제가 공기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거든요. 물론 처음에는 예능도 무서웠는데 이젠 오히려 힐링 받고 있죠. 너무 과하지만 않다면 연기에도 도움 돼서 좋아요. 예능 하면서 느끼는 점이요? ‘내가 저렇게 바보였나? 어디 가서 아는 척 하자 말자’는 거?(웃음).”
그의 밝은 모습은 예능이 아닌 드라마에서도 곧 만날 수 있다. 차기작인 tvN 금토드라마 ‘톱스타 유백이’를 통해서다. 오는 16일 첫 방송되는 로맨스물로 이상엽은 마도로스 최 역을 맡았다.
“‘동네사람들’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듯해요. 이번에는 삼각관계에 있는 상남자 캐릭터에요. 단짠 캐릭터죠. 사투리를 써서 또 다른 어려움이 있긴 한데 그 나름의 터프함이 있어서 재밌게 찍고 있어요. 게다가 (정)소민이랑 찍다 보니까 편해요. 감독님만 말리지 않으면 끝까지 애드리브로 갈 수 있을 정도죠. 친남매처럼 열심히 찍고 있으니까 기대해주세요(웃음).”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