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 자격증 토대로 토지수용 분야 전문 활동
"현행 토지보상수용제도에 허점…보상기한 상한 둬야"
대한민국 변호사 2만5000명 시대.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개성, 변호사로서의 꿈, 그리고 사회정의 구현을 위한 노력을 뉴스핌 법조팀이 조명합니다. 특별한, 특별하지 않은 변호사들의 많은 인터뷰 요청을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현행 법은 강제 토지수용에 따른 보상 절차를 1년 안에 마무리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기간 내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보상도 길게는 수 년까지 늦어지고 기존 토지 소유자들은 물가상승률도 반영되지 않은 수준의 토지 가격으로 보상을 받게 됩니다. 주변 땅 값은 다 오르는데 오히려 개발이 예정된 땅 값만 제자리인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죠."
지난 2012년 첫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뒤 7년 가까이 토지수용보상제도 관련 소송을 전문으로 맡고 있는 김범조(40) 변호사를 지난달 31일 서울 양재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범조 변호사 2018.10.31 kilroy023@newspim.com |
토지수용보상제도란 국가나 기관이 공익사업을 위해 토지를 강제로 취득할 때 발생하는 손실을 기존 토지 소유자에게 보상하는 제도다.
김 변호사는 "토지수용과정이 길어지면서 기존 토지 소유자들이 제 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많다"며 "관련 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토지보상법 제23조는 사업시행자가 사업인정고시를 한 날부터 1년 내 손실보상에 대한 재결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다음 날 그 효력을 상실토록 규정하고 있다. 1년 내에 토지수용에 따른 보상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재개발이나 재건축의 경우 민간에서 사업시행을 맡다보니 진행 과정이 지연되기 일쑤다. 이 과정에서 토지수용보상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해도 토지보상법을 어기는 것은 아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제 65조 3항은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가 있을 경우, 다시 그 날로부터 1년간 재결신청 효력이 이어지도록 했기 때문이다. 수 차례 사업시행계획변경이 이뤄지면 그만큼 보상이 늦어져도 된다는 얘기다.
토지 소유자들은 그 사이 주변 땅값이 오르는 데도 보상을 받지 못해 제 때 이사도 가지 못하고 보상 이후에도 보상금을 가지고는 비슷한 수준의 주거지역에서 살지 못하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는 "사업시행계획변경이 이뤄지더라도 기존 토지 소유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 5년이나 7년 안에 보상절차에 들어가도록 고시 효력의 상한 기간을 정해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가 현행 법의 구멍을 찾을 만큼 토지보상분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게 된 데에는 감정평가사자 자격증이 큰 영향을 미쳤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범조 변호사 2018.10.31 kilroy023@newspim.com |
그는 "증권회사에서 애널리스트(연구원)로 근무하면서 주식을 평가했는데,어떻게 보면 실체가 없는데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서 어느정도 직업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다"면서 "그러다 실체가 확실한 부동산을 평가하는 직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보니 소송 대상이 된 토지의 감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어 관련 소송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감정평가사 분들이 어떤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적용해 토지 가격을 매겼는지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겠죠. 그렇다보니 감정평가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미흡하거나 부족했는지 근거를 찾아내 이를 소송과정에서 주장해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도록 활용합니다."
이같은 강점을 토대로 수 차례 승소했다. 특히 파주 운정지구 보상 소송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당시 경기도가 지난 2005년부터 토지특성평가를 준비해 일부 지역의 토지용도를 개발이 가능하도록 변경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 지역을 개발하겠다고 고시하면서 기존 토지소유자들은 이전 용도에서 감정평가를 받아 낮은 수준으로 보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경기도에서는 이 사실을 모르고 계획대로 토지용도 변경 발표를 하면서 그 과정에 주목해 법정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앞으로도 토지보상 분야 변호사로서 의뢰인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계획이다.
"변호사들은 '심리상담사'라고 하죠. 오랜동안 자기가 살던 땅이 제 값을 받지 못하고 팔면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그런 분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속상하다며 저를 찾아오십니다. 지금처럼 10년 뒤, 20년 뒤에도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리하면서 살고 있지 않을까요?"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