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 경험 바탕으로 노동분야 전문 변호사 활동
"노동 관련 법적 분쟁, 이긴 사건보다 패소 사건 더 기억에 남아"
"고용 계약시 기본적인 계약 내용 살펴봐야"
대한민국 변호사 2만5000명 시대.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개성, 변호사로서의 꿈, 그리고 사회정의 구현을 위한 노력을 뉴스핌 법조팀이 조명합니다. 특별한, 특별하지 않은 변호사들의 많은 인터뷰 요청을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제가 맡았던 모든 사건들이 하나하나 다 기억에 남지만 사실 승소한 사건보다 패소한 사건이 더 기억에 남아요. 그 분들은 모든 걸 걸고 싸우신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지난달 13일 서울 서초동 아크로 법률사무소에서 만난 김남석(36·변호사시험 4회) 변호사의 얘기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남석 노동전문 변호사. 2018.09.13 leehs@newspim.com |
김 변호사는 노무사로 활동하던 경험을 살려 변호사로 개업한 이후 노동분야 전문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노무사 일을 할 땐 사건이 본격적인 법적 소송으로 들어가면 대리 업무를 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며 "변호사 일을 하고 난 뒤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사건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산업재해 사건에서 노동자측을 대리해 이긴 경험을 회고했다. 그는 "아무런 건강상 이상이 없던 분이 현장에서 사고로 마비 증세가 왔는데도 1심에서는 산재로 인정되지 않았다"며 "항소심 과정에서 해당 의뢰인이 건강상 문제가 없었고 그 사고가 마비 증세의 원인이라는 점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졌다"고 뿌듯해했다.
하지만 산재 사건에서 위와 같이 발병과 업무와의 연관성을 입증해 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복잡한 사회환경에서 두 요인간 명백한 인과관계를 설명해내는 것이 어렵고 이를 노동자 측이 직접 입증해 내야한다는 이유가 크다. 비슷한 맥락에서 산재 사건뿐아니라 사측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측을 변호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5년 간의 변호사 생활 동안 버스회사에서 해고된 한 노동자 사건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았다.
"한 버스회사에서 운전사로 근무하시던 분이었는데 근무 중 사고가 나서 해고를 당하시고 저를 찾아오셨어요. 그 회사에서 사고를 이유로 해고되신 운전사는 단 한 분도 없었고 구상 금액 규모도 크지 않았죠. 하지만 제 의뢰인께서는 노조 활동을 활발하게 하시는 분이었다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노조 활동을 막기 위해 그 분을 해고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거죠."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남석 노동전문 변호사. 2018.09.13 leehs@newspim.com |
하지만 해당 사건은 결국 패소했다. 재판에서 사고 발생시 해고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은 취업규칙이 우선시됐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당시 사측은 쟁쟁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들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법적 분쟁에 대응했다"며 "다른 사건들에서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고 씁쓸함을 토로했다.
그는 위와 같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노동분야 법적 분쟁에서 기초가 되는 계약 내용을 반드시 상세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본적인 계약관계를 확인하지 않는 분들이 많아요. 계약을 하기 전에 잘못된 내용이 있다고 해서 서명을 안 하기는 사실 힘들겠지만, 그래도 내가 다니는 회사의 취업규칙이 어떤 내용인지, 내가 어떤 내용으로 계약을 했는지는 기본적으로 확인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확인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불리한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용이 어렵다면 법률전문가인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기초적인 계약관계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