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서울시, 용산공원 조성 앞두고 용산기지 버스투어 실시
일제 억압부터 100년 흔적 그대로 남아
김현미 장관 "역사적인 순간..평화의 상징으로"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114년간 일반인을 발길을 거부했던 서울 용산미군기지가 일반 시민에게 처음으로 공개됐다.
일제강점기 시절 역사적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건축물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정부는 이 곳을 역사문화공원으로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연말까지 일반 시민들도 사전 신청하면 버스를 타고 용산기지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일 서울 용산미군기지에서 첫 ‘용산기지 버스투어’가 열렸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왼쪽부터)과 박순자 국토교통위원장,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용산기지 버스투어에서 위수감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국토부] |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박순자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직접 버스를 타고 용산기지 내부를 둘러봤다.
버스는 사우스포스트 벙커와 용산총독관저 터, 위수감옥부터 한미연합사령부, 미합동군사업무단(JUSMAG-K)을 천천히 돌았다. ‘용산기지 버스투어’로 모두 8곳의 역사, 문화적 보존가치가 높은 이 시설물들을 둘러 볼 수 있다.
이날 안내를 맡은 김천수 용산문화원 용산문화실장은 “미군기지 내 1000여동의 건물이 있는데 100곳 넘게 폐쇄됐다”며 “내년 말까지 1000여동의 80%가 폐쇄 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군기지 내 121병원 앞을 지나며 “121병원은 침대가 300개 넘는 종합 병원”이라며 “지난 1971년에 부평에서 넘어오면서 경기도에 있던 상인들도 함께 넘어와 이들이 이태원에 정착해 이태원 발전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버스는 위수감옥에서 하차했다. 위수감옥은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유일한 일본군 감옥이다. 1909년에 완공돼 감옥으로 사용되다가 광복 후 이태원 육군형무소로 사용됐다. 장군의 아들 김두한, 백범 김구 선생 암살범 안두희가 이곳을 거쳐 갔다.
지금까지 감옥을 둘러싼 벽돌담장과 내부의 일부 건물들이 당시 원형 그대로 남아있다. 6.25전쟁의 상처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위수감옥 외벽에는 총탄으로 파해 처진 흔적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김천수 실장은 “일제 강점기 역사와 해방, 분단, 냉전의 역사가 곳곳에 남아있다”며 “이런 탄환자국들은 주한미군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보존했다”고 설명했다.
위수감옥에 남아 있는 총탄 흔적 [사진=서영욱 기자] |
버스는 1970년대 한국 근대 건축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한미연합사령부를 지나 조선왕조 초기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남단’까지 지나 두시간여의 투어를 마무리했다.
김현미 장관은 “이제 용산공원에 대한 준비를 본격화해야 한다”며 “용산공원은 일상과 평화의 상징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다 많은 국민들이 우리 품으로 돌아오는 용산공원 부지를 직접 돌아보실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필요하다”며 “오늘은 앞으로 용산공원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함께 소통하고 참여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투어에 함께 참석한 토미 마일즈 주한미군 기지변혁 및 재배치 단장은 앞으로 국가공원으로 지정된 용산공원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제 딸의 손을 잡고 완공된 용산공원을 가는 것이 바램”이라며 “주한미군 전부가 용산공원이 지어진다는 것에 대해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주한미군 주둔 시점부터 수십년간 문화적 가치를 알아차리고 문화재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이들을 보존하기 위해 수십년간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용산기지 버스투어는 이날 1차 투어에 이어 이달 8일과 16일, 30일, 다음달 7일과 14일까지 모두 6차례 진행된다. 참가신청은 용산문화원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으로 접수하면 된다. 신청기간은 오는 12일부터 20일까지 9일간이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