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재정 문제+유로존 성장 둔화+獨 정국혼란 겹쳐
ECB 금융정책 정상화 후퇴 우려도 매도 부추겨
[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최근 일본 외환시장에서 불안정한 유로화 동향이 엔고를 부추기는 불씨가 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해묵은 이탈리아의 재정 불안 문제에 더해 유로존의 경제 성장세 둔화, 여기에 최근 불거진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퇴진에 따른 독일의 정국 혼란 우려 등이 겹쳐지며 유로화에 매도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전일 3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1유로=1.13달러까지 떨어지며 약 2개월 반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독일의 장기금리도 지난달 26일 0.35%대에서 0.4% 수준까지 상승하면서 유로화 매도와 채권 매도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자료=니혼게이자이신문] |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29일 메르켈 총리가 집권 기독교민주동맹(CDU)의 당수 퇴임 의사를 밝히면서 유로존 정치에 새로운 우려 재료가 더해졌다”며 “유로화에 대한 매도 압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화 부양을 위해 금융정책 정상화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달 25일 ECB 이사회 후 기자회견에서 연내 양적완화를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ECB의 금융정책 정상화 전망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유로존의 3분기 실질 GDP성장률은 전기비 연율 0.6% 성장하며 2분기 1.8%에서 대폭 둔화됐다.
일본 미즈호은행의 가라카마 다이스케(唐鎌大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성장세가 한층 둔화되면 ECB의 금융정책 정상화가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며 “양적완화의 계속은 유로화의 매도 재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로화 하락은 일본 기업들의 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매출액의 약 20%를 유럽 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소니는 유로화 대비 1엔 엔고가 진행될 경우 연간 50억엔(약 500억원)의 영업이익 손실이 발생한다.
이번 유로화 하락세는 정치 상황이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영향이 장기적으로 미칠 가능성이 높다.
BK에셋매니지먼트의 보리스 슐로스버그 이사는 31일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유로존의 성장 둔화와 함께 메르켈 총리의 공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여기에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유로화에 하락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즈호은행의 가라카마는 “서서히나마 유로화 약세가 진행되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의해 엔화 강세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