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달러 강세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른바 G2(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보다 과격해질 가능성이 고개를 든 데다 유로존의 성장 둔화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공백에 따른 잠재 리스크까지 굵직한 변수들이 달러화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일본의 달러 수요로 인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엔화에 대해서도 달러화가 상승 탄력을 보이는 상황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30일(현지시각)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장중 주요 통화에 대해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달러 인덱스가 97선에 바짝 근접, 10주간 최고치를 나타낸 가운데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0.3% 가량 올랐고, 파운드화와 유로화에 대해서도 각각 0.5% 및 0.1% 선에서 상승했다.
제프리스의 브래드 베첼 외환 담당 이사는 CNBC와 인터뷰에서 “달러화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들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리스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음달 회동에서 좋은 결실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한편 그렇지 않을 경우 대규모 추가 관세를 시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인민은행의 달러/위안 고시 환율이 6.9574위안으로, 위안화 가치가 10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동시에 역외시장에서 위안화가 22개월래 최저치로 밀리면서 7위안 돌파를 둘러싼 경계감이 한층 고조됐다.
유로존에서 나온 악재도 달러화 상승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유로존 19개 회원국의 3분기 성장률이 1.7%로 잠정 집계,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1.8%에 못 미쳤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로존 경제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유로화에 하락 압박이 가해진 한편 달러화가 상대적인 탄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전날 정치권 퇴진 의사를 내비친 메르켈 총리의 발언도 유럽 대륙의 정치적, 경제적 혼돈에 대한 경계감을 자극, 외환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BK 애셋 매니지먼트의 보리스 슐로스버그 이사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유로존의 성장 둔화와 함께 메르켈 총리의 공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여기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유로화에 하락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달리 유럽중앙은행(ECB)가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의 추가 상승을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서도 오르는 데 주목하고 있다. RBC의 엘사 리노스 외환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리스크가 고조될 때 엔화가 오르지만 일본 투자자들 사이에 엔화에 대한 달러화 수요가 늘어나면서 달러화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강달러는 금리 상승과 함께 연초 이후 신흥국 자산시장의 혼란을 일으킨 주범이라는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달러화 추가 상승과 7위안 돌파가 맞물리면서 금융시장을 또 한 차례 강타할 수 있다는 경고다. 골드만 삭스와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주요 투자은행(IB)은 앞으로 수개월 이내에 달러 당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뚫고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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