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1년 동안 접수된 ‘갑질 제보’ 2만3000건 달해
11월 ‘대한민국 직장갑질지수’ 발표 예정... 회사별 갑질 비교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하루 13.5시간을 일하고 1주일에 하루 쉬지만 한 달 월급은 100만원입니다.”
주유소 주유원으로 근무하던 A씨가 지난 9월 직장갑질119에 제보한 내용이다. A씨에 따르면 사업주는 적은 급여뿐 아니라 직원들에게 자기 소유의 원룸사업장을 청소·관리하게 하는 등 사적인 업무를 시키며 직장 갑질을 일삼아 왔다.
A씨는 “사장이 자신의 땅에 가서 일을 안 한다는 이유로 식사 갑질도 했다”며 “1주일가량 현장인부 네 사람이 정량을 시켜 먹고 남은 음식에 밥 한 공기만 추가해 먹게 했다”고 폭로했다.
취업준비생 B씨는 “면접까지 합격한 기업에서 뒤늦게 지원자격이 안된다며 입사취소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B씨는 “자격이 안 된다면 인사팀에서 서류를 검토하며 탈락 처리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지원자가 많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답변만 무책임하게 했다”고 말했다.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채용취소·부당해고·최저임금 위반 등 지난 1년 동안 접수된 직장 갑질 사례가 2만3000건에 달한다고 31일 밝혔다. 이메일 제보 4910건, 오픈카톡 채팅방 1만4450건, 밴드 3450건으로 총 2만2810건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1일 출범한 직장갑질119는 노동전문가와 노무사·변호사 등 241명의 무료 봉사로 운영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직장갑질119는 “그동안 카톡상담 시간만 무려 3176시간”이라며 “오픈채팅방은 직장인들의 갑질 공감 학교이자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노동교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마사지갑질, 마라톤갑질, 개목걸이갑질 등 이름만 들어도 황당한 갑질들이 언론에 알려졌고 사라지기 시작했다”며 “용기와 기록, 모임은 직장의 풍경을 조금씩 바꿨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수많은 직장 내 갑질이 보도되며 정치권의 화답을 받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우월한 지위를 악용한 갑질 문화 등 생활 속 적폐를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7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우리사회 못난 갑질은 세계적 수치”라며 공공기관 갑질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직장내괴롭힘금지법안(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지위를 이용해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있다.
단체는 “용기와 기록, 모임은 갑질에 맞서는 강력한 무기”라며 “1090명이 모여 갑질과 비리를 폭로하고 있는 어린이집 보육교사 모임처럼 더 많은 업종명 모임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장갑징119는 11월 중순쯤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대한민국 직장갑질지수’를 발표한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