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청, 2014년 농협은행 뉴욕지점 달러거래 시스템 점검
제재 국가 거래시스템 점검... AML/ BSA 규정 미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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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NH농협은행이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국가 금융거래 ‘가능성’만으로 제재(1100만달러 과징금)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재무부가 최근 산업은행, 기업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 국내 7개 은행에 남북경제협력 주의를 요구한 것이 빈말이 아니라는 의미다.
22일 뉴스핌은 미국 뉴욕 금융감독청(Department of Financial Services)이 지난 2017년 12월 21일 NH농협은행 뉴욕지점에 보낸 제재 공문을 단독 입수했다. 이 공문에는 ‘범죄, 자금세탁가능성, 테러’ 위험노출을 막을 내부 통제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과징금 1100만달러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뉴욕 금융감독청이 NH농협은행 뉴욕지점을 조사한 배경은 ‘달러화 투명거래활동(Dollar-clearing activity)’ 불충분이다. 이 지점은 연간 금융거래가 4만5000건, 거래금액이 20억달러(한화 2조4000여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그런데도 △자금세탁(anti-money laundering·AML) 프로그램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것 △잠재적 은행 보안 규정(Bank Secrecy Act·BSA)에 필요한 ‘거래 감시시스템) 미비 등 2가지를 의심했다.
미국 뉴욕 금융감독청이 2017년 12월 NH농협은행 뉴욕지점이 제재 대상 국가와의 테러자금 방지 등 내부통제구조 부실로 1100만달러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공문. 당시 이경섭 농협은행장의 서명 등으로 내부통제구조 부실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료=뉴욕 금융감독청] |
뉴욕 금융감독청의 조사는 2014~16년 사이 1년에 1차례씩 총 3차례 진행됐다. ‘제재국가’과 관련해 2014년 현장 조사를 실시한 점이 가장 주목된다.
금융감독청은 NH농협은행이 자신들이 정한 ‘표준 내부통제’ 규정을 준수하지 못했고, 거래 모니터링시스템이 ‘잠재적 의심 거래’를 걸러낼 훈련된 직원과 설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또 시스템 외에 농협은행 뉴욕지점 ‘직원’들이 뇌물, 자금세탁, 테러자금조달 등에 이용될 수 있는 정치적 노출 인물(Politically Exposed Person) 관리에 부실했다고 했다.
2015년 조사는 전년도 조사 이후 내부통제시스템의 개선 여부를 살폈다. 달러화 거래 시스템 감시자가 정규직이 된 지 ‘몇 개월’ 밖에 안된 것도 문제됐다. 경험 있고 정규직 기간이 긴 분석가만이 위험거래를 찾아내고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내부회계 시스템도 데이터 처리가 미흡하고 당시 임원 교체도 내부통제구조를 흔든다면 시비를 걸었다.
2016년 조사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농협은행 뉴욕지점은 BSA와 AML에 직원들을 대거 고용했다. 그런데도 뉴욕 금융청은 2명은 재무팀 소속으로 전문성 부족, 내부통제팀은 외부 고용으로 은행 산업 경험 부족 등을 지적했다. 북한 등 고위험 국가와의 금융거래를 미국의 달러화 투명 거래 시스템인 MT 202 은행간 지불거래에서 위험 신호를 주지 못한다고 봤다.
금융감독청은 은행법 39조, 44조 위반을 이유로 2017년 12월 21일 1100만달러 과징금을 부과했다. 농협은행은 10일내 벌금 납부, 항소 포기, 세금 감면 요청 포기 등에 동의하며 항복했다. 또한 농협은행 본점은 올해 3월8일 이사회를 열고 BSA/AML 개선책을 마련해 뉴욕 금융청에 제출했다.
김선동 의원(자유한국당)은 “미국이 과거엔 제재 대상국 기업과 거래하는 명백한 의무 위반 행위에 대해서만 금융회사를 제재했지만, 2~3년 전부터 아시아계 은행에 대해 의심 거래 미보고, 담당자 전문성 결여, 관련 내규 미흡 등 내부 통제 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사유로도 제재를 했다”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해 금융회사의 대북 제재 발생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