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EO 중 북한 땅 밟아, 남북경협 사업기회 확대
남북경협 본격화시 인프라 하나은행·우리은행 '2파전'
[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한반도 통일경제 TF로 남북경협에 대비하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개성공단 가동한 2004년부터 2016년까지 공단 내 유일한 은행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
김정태 회장과 손태승 행장이 수백조원으로 추산되는 남북경협 인프라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금융 주도권 경쟁을 시작했다. 남북경협은 국가 주도 사업으로 두 사람만이 북한 땅을 밟아보는 등 남북대화현장에 얼굴을 드러내며 눈도장을 찍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하나금융그룹] |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달 17~19일 평양을 방문했다. 북한에서 열린 ‘제4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의 후원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 대회를 주최하는 남북체육교류협회는 후원사로 하나금융과 KB금융그룹 중 1곳을 고르려 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적극 나섰지만 김 회장이 ‘20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후원의 ‘공’을 내세워 이겼다. 김 회장은 ‘체육·문화’교류가 ‘경제협력’으로 확대되는 통로가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하나금융은 또한 최근 대북 7대 사업독점권을 보유한 현대아산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남북 경협의 시발점으로 보고, 관광 및 인프라 PF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고 정주영 회장 시절부터 KEB하나은행의 전신인 외환은행이 현대그룹의 주거래은행을 맡은 오랜 인연이 있다.
김 회장의 주문으로 하나금융투자에 설치된 ‘한반도 통일경제 TF(특별팀)’이 내놓은 1차 계획도 ‘현대아산과 협력관계 구축’이다. 김 회장이 과거 하나금융투자 사장을 지낸 바 있어, TF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후문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 [사진=우리은행] |
손태승 행장은 지난 14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금융권 CEO(최고경영자)로서는 유일하게 참석했다. 우리은행이 지난 2004년 12월 국내은행 중 최초로 개성공단 지점을 열고 개성공단 폐쇄(2016년 2월) 후에는 서울 본사에 임시영업점을 운영한 점을 통일부가 감안해, 손 행장을 선정한 것이다.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다시 들어가서 운영‧시설자금 대출과 환전, 송금, 급여지급 등의 업무를 할 계획이다. 철도와 항만 등 주요 개발‧건설사업에 대한 금융자문과 신디케이트론(2개 이상의 은행이 같은 조건으로 융자해주는 중장기 대출) 등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손 행장이 우리은행은 해방 전에 북한 지역에 51개 점포가 있었고, 개성공단 유일한 은행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을 살리자고 한다”고 전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프라 PF, 은행 비즈니스는 진출하려는 국가의 모든 권한을 전적으로 행사하는 규제 비즈니스로, 우리나라 민간 금융사에서 가장 많은 해외진출과 국가간 거래 경험이 있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대북사업도 앞서가려는 것”이라며 "김정태 회장과 손태승 행장은 대북사업 성공 여부로 각 조직의 역사에 남는 인물로 남을 수 도 있다"고 말했다.
hkj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