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을 파기한 배경에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또 미국의 INF 폐기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 측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선거 지원 유세에서 러시아가 해당 조약을 위반했다며 INF 탈퇴 배경을 설명했지만 일부 분석가는 볼턴 보좌관의 견해가 배후에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INF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것으로, 냉전 시대를 종식한 조약으로 평가된다. 미국과 러시아 양국이 사거리 500~5500㎞의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을 생산·실험·배치할 수 없도록 했다.
분석가 일부는 러시아의 INF 조약 위반이 알려지기 전에 볼턴 보좌관이 2011년 작성한 기고문을 언급했다. 기고문에서 볼턴 보좌관은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이유로 들며 미국이 이 조약에서 떠나야한다고 썼다.
당시 기고문이 트럼프 행정부에 입성한 이후의 볼턴 보좌관의 정책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는 미국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관해 정기적으로 비판했다고 CNN은 전했다.
CNN 군사·외교 분석가이자 국무부 대변인 출신인 존 커비는 "볼턴이 이 결정의 배후에 강력히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그의 관점으로 봤을 때 그것은 미국의 행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합의들과 다자간 합의들에 대한 그의 반감과 매우 들어맞는다"고 논평했다.
이어 그는 미 국무부와 국방부 모두 INF 파기에 대해 성명을 내놓지 않은 점이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볼턴 보좌관은 이번 주(한국시간 기준)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관리들과 INF 파기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또 커비 분석가는 INF 조약 탈퇴는 북한과 이란의 보유 미사일 감축 노력과 관련한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미국)의 신뢰도를 저하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INF 탈퇴를 결심한 이유로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을 지목했다. 중국은 INF 조인국이 아니어서 제약없이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 미 고위 관계자들은 중국이 INF 당사국이었다면 약 2000개의 보유 탄도·순항 미사일 중 약 95%가 조약 위반 대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군부는 1987년 이후 신무기 획득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며 현대화 과정을 거쳤다. 중국은 미사일 개발 분야에 집중 투자해왔다. 톰 코튼(공화·아칸소) 미 상원의원 등 INF 비판 세력은 미국이 INF를 탈퇴해야 하는 이유로 중국을 언급했다. 코튼 의원은 성명에서 중국은 이 조약에 얽매이지 않아 미사일을 비축할 수 있었다며 "오래 전부터 이 조약이 여전히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고려하도록 촉구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1986년 10월 12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만나 악수하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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