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관 "잘못 체포했다가 소송당할 우려 있어서 걱정돼"
경찰청, 현행 경직법 손질해 범죄예방 '강화' 예정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최근 발생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관련해 경찰의 초동 대처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살해 협박까지 한 피의자를 따로 조치하지 않아 애먼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선 경찰관들은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함부로 경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PC방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현장. 2018.10.19. sunjay@newspim.com |
지난 14일 오전 8시10분쯤 서울 강서구의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던 신모(21)씨가 피의자 김모(30)씨와 계산대에서 환불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 흉기에 수차례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씨는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신씨에게 시비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15분간 상황을 중재한 뒤 되돌아갔다. 경찰이 돌아간 것을 확인한 김씨는 집에서 흉기를 가져와 신씨를 살해했다. 신씨는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고, 경찰은 김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구속된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홧김에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의 억울한 죽음이 알려지면서 경찰이 초동 대처를 안이하게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찰이 적극적으로 경찰권을 행사해 피의자를 붙잡았어야 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전과자이고, 살해 협박까지 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강서구PC방 살인사건 피해자 신씨의 지인이 18일 온라인 공간에 공개한 신씨가 관리자에게 보냈다는 메시지. <자료=온라인 커뮤니티> |
다만 경찰은 현행법상 김씨를 체포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경찰은 현행범이 아니라도 범행이 의심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임의동행·신원조회·긴급체포 등을 집행할 권한이 있다.
다만 임의동행은 시민이 요청을 거부할 수 있고, 신원조회 단말기에는 대상자의 인적사항·수배여부·면허여부 등만 조회된다. 신원조회를 한다고 해서 경찰이 범죄전력까지 파악할 수는 없는 셈이다. 범죄전력은 경찰서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다.
체포 대상도 한정적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의자가 현행범이거나,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경우에만 구속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이 출동했을 때 김씨는 흉기를 소지하지도 않았고, 시비의 내용도 환불 문제 등이어서 김씨를 체포할 근거가 없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물론 실제로 살해 협박이 있었다면 합당하게 체포할 권한이 있으나, 인권침해 우려 탓에 경찰은 이마저도 꺼리는 분위기다.
서울 한 지구대의 일선 경찰관은 "함부로 체포했다가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역으로 소송을 당하거나, 책임을 추궁 당하면 경찰은 어디에 하소연하느냐"고 했다.
경찰청 /뉴스핌DB |
경찰은 범죄예방을 위해 경찰권을 일부 제한하는 현행 경찰청직무집행법을 시민의 상식에 부합하게 개선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지난달부터 '인권과 절차적 정의를 위한 경찰작용법 개혁위원회'를 발족하고 경찰 활동 전반을 규정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현행법상 인권침해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조항을 과감하게 손질해 시민의 안전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이르면 올해말 공개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본래 임무는 범인체포 이전에 범죄의 사전예방"이라며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과 같이 피해자들이 억울하게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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