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채권 시장 '숏 베팅(가격 하락에 베팅)' 세력들이 넷플릭스 회사채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통상 회사채는 주식처럼 거래가 빈번하지 않아 매도 베팅에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 그럼에도 넷플릭스 회사채에 대한 숏 포지션 규모는 역대 최대를 기록해 주목된다.
금융정보제공업체 IHS마킷의 사무엘 피어슨 분석가에 따르면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인 84억달러 규모 넷플릭스의 회사채에 대한 숏 베팅 규모는 올해 세 배 이상 늘어나 3억47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상 최대인 셈이다. 무디스의 넷플릭스 신용 등급은 'Ba3'로 무디스 정크 등급 중 상위 3단계에 해당한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에서의 신용 등급은 정크 등급 중 4단계인 'B+'다.
회사채 하락 베팅 방법은 주식 공매도와 비슷하다. 채권 보유자로부터 채권을 빌려 내다판 뒤 가격이 떨어지면 다시 되사들여 갚은 후 차액을 거둔다.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같은 파생 상품을 이용해 회사채 매도 베팅에 나설 수 있지만, 이같은 차입 방식을 이용하면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 회사채 시장은 주식보다 유동성이 덜하다.
우선 영상 스트리밍 시장의 치열해진 경쟁 환경이 투자자들의 이같은 배팅을 유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존프라임과 AT&T의 'HBO Go(고)', 월트디즈니가 지분을 보유한 훌루 등은 TV쇼 및 영화 판권을 사들이고 자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쓰고있다.
넷플릭스 역시 지출을 늘리고 있다. 작년 콘텐츠에 70억달러를 지출한 넷플릭스는 올해 80억달러를 쓸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의 최고경영자(CEO) 리드 해스팅스는 지난 2분기 주주 서한에서 "하이일드 마켓(정크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필요 자본을 계속 조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추세에 비춰볼 때 넷플릭스 회사채에 대한 매도 베팅은 롱 베팅(회사채 가격 상승) 투자자에게도 일부 납득이 된다는 설명이다. 다이아몬드힐캐피털 존 맥클레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넷플릭스 회사채 가격 하락 베팅은 "단기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넷플릭스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넷플릭스는 지금까지 가장 높은 수익을 낸 기업 중 하나다"면서 숏 포지션은 회사의 신용 여건과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회사채 숏베팅은 현재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인다. 넷플릭스 회사채 중 매도 베팅 규모가 가장 많은 2028년과 2026년 만기 회사채 가격은 지난주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2012년 상장 이후 초반에는 부채를 완만히 늘렸지만, 약 3년 만에 회사의 순채권 발행 규모는 75억달러가 됐다. 2014년 말 이후 회사의 전체 자본 대비 장기 부채 비중은 65%로 약 두 배 늘었다.
회사 부채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의 제이슨 킴 선임 분석가는 2020년까지 넷플릭스는 140억달러의 부채를 갖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의 회사채는 하이일드 회사채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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