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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개인·역사의 상처, 선하게 쓰이길"…추상미 감독 '폴란드로 간 아이들'

기사입력 : 2018년10월15일 16:38

최종수정 : 2018년10월18일 13:53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폴란드 선생님들이 (전쟁으로 인한) 개인의 상처이자 역사의 상처를 다른 민족의 아이들을 품는데 선하게 쓴 것처럼 우리의 상처도 그렇게 발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추상미 감독은 15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작품 의도를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추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1951년 폴란드로 보내진 1500명의 한국전쟁 고아와 폴란드 선생님들의 비밀 실화를 찾아 남과 북 두 여자가 함께 떠나는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감독 추상미가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10.15 deepblue@newspim.com

추 감독은 “지인의 출판사에서 자료를 받고 극영화로 개발하기 시작했다”며 “그즈음 제가 아이에게 집착하는 산후 우울증이 있었다. 그게 이 여정을 통해 다른 아이들, 세상을 향한 시선으로 바뀌면서 건강하게 극복됐다. 또 모성이란 게 개인이 아닌 세상으로 발휘될 때 얼마나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가, 폴란드 선생님들이 선하게 발휘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다큐멘터리 형태로 추 감독이 준비하던 극영화 ‘그루터기’의 제작 과정을 취재기 형식으로 담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시나리오를 3고 정도 쓰고 완성을 위해 폴란드에 갔다. 장소 서치도 하고 생존자 증언도 들어야 했다. 근데 선생님들 연세가 80대 후반, 90대였다. 문득 이분들의 생생한 증언을 기록으로 남기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었다. 더욱이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실화였다. 그래서 사전 다큐를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극영화 작업 과정을 노출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루터기’와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 상처가 매개가 되고 중요한 주제는 되겠지만,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폴란드 선생님에게 집중돼 있다. 반면 극영화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그루터기’는 아이들의 이야기, 분단의 상황이나 한국전쟁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다루지 않을까 한다”고 비교했다.

제작 과정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그루터기’의 주인공이자 ‘폴란드로 간 아이들’ 취재를 동행한 탈북 소녀 이송의 마음을 여는 일이었다.

추 감독은 “나는 송이의 경험을 많이 알고 싶어서 계속 물어봤다. 하지만 이야기하지 않는 건 본인 권리다. 그러기를 원해서 다큐에는 본인이 원하는 정도만 담았다. 하지만 저하고의 개인적인 관계는 다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무덤까지 가져갈 비밀도 생겼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고 있다”며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감독 추상미가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10.15 deepblue@newspim.com

역사의 산증인들을 만나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프와코비체 양육원 원장, 체육교사, 의사 등 많은 이를 만났지만, 안타깝게 자료화면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추 감독은 “여자 선생님 몇 분들께 취재를 요청했지만,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거절당했다. 당시가 사회주의 체제였고 북한과의 관계가 좋으셨다. 그런데 남한에서 이것을 취재한다고 하니까 어렵겠다고 했다. 그래서 생존해 계시지만, 자료 화면을 쓰게 됐다”고 털어놨다.

영화를 만든 후 변화도 언급했다. 그는 “영화 개봉 소식을 듣고 방송사에서 다큐멘터리로 취재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그 과정에서 그분들이 찾은 폴란드 전쟁고아 탈북민 소식을 듣게 됐다. 작년에 간암으로 돌아가셨는데 폴란드 이민을 준비하고 계셨다고 했다. 어린 시절 사랑받은 경험이 남았겠구나, 남한에서의 삶이 녹록지 않았겠구나 싶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본인 고등학교 때 영어 선생님이 폴란드 전쟁고아이신 분도 뵀고 어제는 아버지가 폴란드 전쟁고아 출신이라는 분과 연락이 됐다. 소식이 계속 들리고 있다. 영화가 개봉되면 더 많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끝으로 추상미는 “이 영화에서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그야말로 상처를 새롭게 조명하는 관점이었다. 한국 분단의 상처가 어떻게 고민되고 성찰돼 왔는가 생각해봤다. 제가 깊이는 모르지만, 아마도 증오나 또 다른 프레임을 만드는 데 사용된 게 아닌가 했다. 이것을 다른 관점으로, 선하게 바라보면 좋지 않을까 했고 그 이야기를 영화에 담았다”며 “본인의 시련이 선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거나 영화 속 메시지를 통해서 위안받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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