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지연 의혹 사실로 확인…정치적 중립성 확립방안 마련 필요"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관련, 뒤늦게라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립할 수 있는 방안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김갑배 위원장)는 11일 해당 사건 조사 결과 "검찰이 수사를 현저히 지연시킨 의혹이 있다"며 "이와 같은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당 사건을 포함한 검찰의 잘못된 수사사례를 모범 사례와 대비해 현직 검사나 수사관 또는 신규 임용자 교육과정에 반영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특히,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립하고 검사 개개인에게 직업적 소명의식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제도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지난 1987년 1월 14일 오전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치안본부 대공수사2단 소속 경찰관 5명으로부터 수사를 받던 당시 대학생 고(故) 박종철이 물고문으로 질식사 한 사건이다.
당시 치안본부는 고문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망원인을 단순 '쇼크사'라고 허위 발표했다. "'턱'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당시 강민창 치안본부장의 발언은 영화 대사가 될 만큼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최근 조사 결과 당시 검찰은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법무부, 내무부 등 고위관계자가 참석한 관계기관 대책회의 이후 초기 직접 수사를 중단하고 사건 당사자인 치안본부에 수사를 넘겼다.
또 당시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검찰 수사를 단기간에 종료하라는 지휘부의 지시 등에 따라 처음부터 상대적으로 적은 수사인력 투입과 짧은 수사기간을 설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의 '졸속수사'는 구체적 수사 기록에서도 확인된다는 게 진상조사단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은 1987년 2월 이미 구속된 고문경찰관 2명으로부터 추가 공범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추가 공범 여부나 치안본부 간부 개입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관련 내용을 폭로한 같은 해 5월까지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아울러 검찰은 사건에 연루된 고문경찰관들이 치안본부장 등 치안본부 간부들로부터 위로금, 생활비 등을 대공수사비로 지원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이를 수사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같은 재조사 결과에 검찰 과거사위는 "검찰이 박종철의 사인이 물고문으로 인한 질식사라는 것을 밝혀낸 점은 높게 평가받아 마땅하나, 정권안정이라는 정치적 고려를 우선해 실체적 진실 발견과 인권보호 의무를 방기하고 범인 도피 행위를 의도적으로 방조했다"고 평가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