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와 2차 북미 정상회담 성공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모두 지난 주말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성공적이었다며 한목소리다. 그러나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여전히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에도 불구하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것 같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거두지 않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은 개최될 것이며 정부 관계자들이 회담 개최를 준비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는 싱가포르는 아닐 것이라면서 개최지로 3~4곳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밖에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방북에서 김 위원장과 대단한 회담을 가졌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이후 발표 내용이 부족해 좌절감을 느끼지 않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아니다. 좌절감을 느끼지 않았을뿐더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반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대사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들에게 얘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평양 방문과 한·중·일 순방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온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보고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가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낸 북한 방문에서 어젯밤 돌아왔다”면서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이 많이 남았지만 우리는 이제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인 북한의 FFVD를 향한 길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의 이같은 자회자찬이 섞인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의 시각은 여전히 냉랭하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을 통해 김 위원장으로부터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 허용등을 약속 받았지만 이 정도로는 북한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를 위한 성과로 보긴 미흡하다는 기류다. 북한은 실제로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는 데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성급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우려도 느껴진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날 자 사설에서 “북미간에 외교적 분위기가 좋아 보이고 온화함도 좋다”면서도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조치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로이터 뉴스핌] |
WSJ은 이어 “북한은 (핵) 연구·개발과 우라늄 농축, 핵탄두 제조 및 저장 등을 포함한 모든 핵시설의 위치 등을 담은 리스트를 여전히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은 이미 보유한 정보와 대조해 김 위원장이 진정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북한의 핵 리스트 제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사찰 허용도 북한이 이미 언론을 초청해 폐쇄 작업을 벌였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WSJ은 또 북한이 비핵화 상응 조치로 요구하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주한미군 지위를 훼손할 위험성이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신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 외교'에 극도의 자신감을 갖고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진단한 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핵시설 목록을 제출하고 관련 시설에 검증단을 허용해야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의 소리 방송(VOA)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성과에 대해 미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구체적인 기대했으나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특히 풍계리 사찰 합의는 비핵화 진전으로 보기 어렵다는 브루스 벡톨 엔젤로 주립대 교수의 주장을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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