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독거노인 20년새 2.7배 급증…다사(多死)사회 '성큼'
무연고자 사망 늘어나지만 국가·지자체 방침 엇갈리며 지자체 부담↑
지자체 간 대응 방식도 달라 새로운 시스템 마련 필요해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사후 2~3개월이 지난 시신을 맡을 때도 있습니다. 시신을 맡은 뒤에도 경찰이 연고자를 확인할 때까지 길면 1개월 반 정도가 소요됩니다"
도쿄(東京)에 위치한 한 장례식장의 지하 1층. 이 곳엔 친척 등 연고자를 찾지 못한 시신들을 보관하는 방이 있다. 시신을 보관하는 관 앞에 명찰엔 "(OO님이라고 추정되는) 신원미상 님"이라고 적혀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주변 복수의 지자체와 계약을 맺고 시신을 인수한다. 고독사로 사후 1~2개월이 지난 뒤 발견된 시신의 경우엔 친족과의 DNA 감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기간동안 시신을 보관해주는 것이다.
시신의 친족을 찾지 못한 경우나, 친족을 찾아도 인수를 거부한다면 해당 장례식장이 이후 보관·처리도 담당한다. 비용은 공공비용으로 부담한다.
아사히신문이 취재를 나간 7월 하순엔 보관 중인 신원미상 시신은 총 4구였다. 장례식장 측은 많은 경우엔 10구 넘게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시체가 계속 늘어난다면 지자체 행정을 압박하지 않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8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내에서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자의 고독사와 이로 인한 지자체의 무연고 사망 장례 문제를 보도했다.
일본 총무성의 인구조사에 따르면 2015년까지 20년간 65세 이상 독거노인 수는 2.7배 증가했다. 지자체에서 연고자를 찾아 연락을 보내도 대부분은 답신을 보내지 않는다. 가나가와(神奈川)현 사가미하라(相模原)시 관계자는 "답신이 와도 '이미 소원한 사이'라며 장례나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지자체로서는 친족을 찾는데 걸리는 비용과 시간 뿐만 아니라, 업자에 맡긴 시체의 보관과 장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특히 무연고자 사망과 관련한 일본 중앙정부의 원칙과 지자체의 현실이 엇갈리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1963년 일본 후생노동성은 "민생위원들에 의뢰한 경우엔 장례부조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통지를 지자체에 보낸 바 있다. 하지만 나고야(名古屋)시 등 대다수의 지자체는 생활보호자가 사망한 경우 민생위원회에 의뢰해 장례부조비를 지급해 장례를 치뤄왔다.
민생위원은 일본의 시·정(町)·촌(村)에 배치되는 민간 출신 비상근 특별직 지방공무원을 말한다. 이들은 지자체장의 감독을 받아 지원이 필요한 지역 주민에게 복지서비스 상담 등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
나고야시 담당자는 "50년 전에 나온 방침이지만 현재 고령자를 둘러싼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들은 아사히신문 취재에 "(후생노동성 통지의) 존재를 몰랐다"고 밝혔다.
일본 법 역시 무연고자 사망이 늘어나는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1948년 제정된 일본의 묘지이장법은 "화장을 행할 사람이 없는 경우엔 지자체가 부담해서 (화장을) 집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간토(関東)지방에 있는 한 지자체의 담당자는 "(법이 제정됐을 당시엔) 신원이 확실해도 누구도 시신을 인수해 화장하려 하지 않으려는 케이스를 상정 못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대폭 늘어났기 때문에 현행법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日, 2040년엔 168만명 사망…다사(多死)사회 대응 필요
일본 지자체의 장례부조비용은 생활보호 수급자의 고령화로 인해 2016년도 84억7000만엔으로 10년간 약 1.5배 증가했다. 이는 수급자 수의 증가 속도(1.4배)를 상회한다. 아사히신문은 "일부 지자체는 상한(도시부 20만6000만엔)에 가까운 금액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현재 일본의 전국 사망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사망자는 2017년 기준 134만명이었지만 2040년엔 약 168만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무연고자의 사망·장례 문제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현재 지자체 별로도 대응 방식이 엇갈리고 있다.
아사히신문 취재에 따르면 취재에 응한 대부분의 지자체는 생활보호 수급자가 사망한 경우에 한해 민생위원에 의뢰해 장례부조비를 지급했고 수급자가 아닌 경우엔 묘지이장법을 적용했다. 하지만 사이타마(さいたま)시 등은 수급자가 아닌 경우에도 시신 인수자가 없다면 민생위원을 통해 장례부조비를 지급했다.
장례부조비를 신청할 때 민생위원이 아닌, 부조비를 받은 장례업자의 명의로 신청하는 지자체도 있었다. 후쿠오카(福岡)시의 담당자는 "민생위원은 무연고자 장례 문제 외에도 업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바쁘다"며 "장례업자에 정보를 제공해 신청까지 부탁한다"고 말했다.
시신의 인수를 친족이 거부할 경우에도 지자체 간 대응 방법이 다르다. 도쿄에서 영업하는 한 장례업자는 "친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할 때 어떤 지자체에선 바로 장례부조비를 인정해 지급하지만 다른 지자체는 그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신문은 국가와 지자체의 방침이 나뉘고, 지자체 별로도 대응방법이 갈리는 상황에서 무연고자 장례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나가 리에(岩永理恵) 니혼(日本)여자대학 준교수는 "친족이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난다면 지자체의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사회 변화에 맞춰 공적 부담을 늘리는 새로운 시스템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