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업계 헤지 물량 급감..항공업계 포함 수요자는 헤지 잰걸음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가 4년래 최고치로 뛴 가운데 석유업계가 헤지에서 발을 빼는 한편 항공사를 중심으로 원유 수요 업체들이 공격적인 헤지에 나섰다.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제재로 인한 이란의 원유 공급 차질이 당분간 악화될 가능성에 적극 대응하는 움직임이다.
원유 배럴[사진=로이터 뉴스핌] |
21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CTC에 따르면 2분기 말 현재 석유업계의 12개월 헤지 물량이 3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17년 말 38%에서 상당폭 하락한 수치다.
24개월 헤지 물량 역시 같은 기간 25%에서 19%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석유업체들은 유가 하락이 예상될 때 선물을 통한 헤지 거래로 유가 하락에 대한 리스크에 사전 대응하는 한편 유가 상승이 점쳐지는 경우 헤지를 최소화 해 유가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는 전략을 취한다.
이번 수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러시아를 포함한 비회원 산유국들의 증산에도 유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유가 강세 전망에 근거한 대응은 원유 수요자 측에서도 포착됐다. 항공사를 포함한 원유 수요업계가 유가 상승에 따른 타격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인 헤지에 뛰어든 것.
이 때문에 2019년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75달러까지 상승했다. 이는 연초 이후 30% 이상 뛴 수치다. 아울러 같은 기간 근원물과 현물 브렌트유 가격의 상승폭인 20%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유가 상승이 보다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해석된다.
모간 스탠리의 티바우트 레먼도스 원유 트레이더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트레이더와 업계가 주시하는 것은 브렌트유 80달러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유가 추이”라며 “원유 공급자와 수요자 측이 동시에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 제재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하면 이미 위축되기 시작한 이란의 원유 공급이 하루 최소 100만배럴 줄어들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윗을 통해 OPEC에 유가 안정에 나설 것을 압박했지만 산유국들의 증산으로 이란의 공백을 모두 채우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