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담보 소액대출을 지원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이 일본에서도 활동을 시작한다.
1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대학교수들을 중심으로 모인 '그라민일본 준비기구'는 전날 도쿄에서 대금업자등록을 마치고 그라민일본을 설립했다. 그라민일본은 일을 하고싶은 의욕은 있지만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활동하며, 노동과 기업활동에 한정해 융자한다.
그라민일본 측은 기부금 등을 통해 향후 자본금 7억엔을 조달, 연 6~7.5%의 이율로 무담보 대출을 시작할 계획이다. 대출기한은 반년 또는 1년으로 대출금 상한은 20만엔이다. 대출받고자 하는 사람의 조건에 따라 대출금이 달라진다. 연수입 300만엔 이하면 연이율 10%대가 넘는 카드론보다 이자가 낮다.
그라민일본의 이사장을 맡은 스가 마사히로(菅正広) 메이지(明治)학원대학 대학원 교수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에서도 빈곤문제는 심각하다"며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라민일본의 이사장을 맡은 스가 마사히로 메이지학원대학 대학원 교수가 13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NHK] |
그라민은행은 '농촌'을 뜻하는 말로, 경제학자 무함마드 유누스 박사가 모국 방글라데시 농촌의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1983년 설립했다. 그때까지 극단적인 고금리가 아니면 대출을 받지 못하던 사람들에게 소액 대출을 지원하며 자립을 도왔다. 유누스 박사는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라민은행은 무담보 대출이지만, 회수불능 사태를 막기 위한 자체 시스템이 있다. 채무자를 그룹화해 변제가 밀리는 사람이 있으면 그룹 전체의 융자를 중단하는 '연대책임'이 바로 그것이다.
그라민일본도 연대책임 시스템을 도입한다. 대출 조건으로 금융 지식 등을 배우는 사전연수를 5일 진행하고, 대출을 받은 뒤엔 5명씩 그룹화해 주당 1회씩 모이게 한다. 변제나 저축, 취직이나 기업 계획 등을 함께 이야기하며 배운다.
그라민은행은 현재 미국과 영국, 중국 등 41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유누스 박사는 그라민일본 회장도 겸한다. 그는 "빈곤이나 환경 등의 문제를 다루는 소셜비지니스는 일본이 직면한 문제를 대처하는 데에도 유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서면 코멘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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