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올해 암호화폐의 폭락이 18년 전 닷컴 버블 붕괴와 흡사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위 대박에 대한 환상과 탐욕, 극심한 군중심리에 휘둘린 ‘묻지마’ 베팅까지 디지털 금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비트코인의 실상은 약 20년 전 인터넷 주식을 황금알이라 여기고 쓸어 담았던 투자자들에게 천문학적인 손실을 떠 안겼던 닷컴버블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비트코인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12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암호화폐 가치를 반영하는 MVIS 크립토컴페어 디지털 애셋 10 지수가 1울 고점 대비 80% 급락했다.
이는 닷컴 버블이 붕괴된 데 따라 뉴욕증시의 나스닥 지수가 기록한 낙폭 78%를 뛰어넘은 수치다.
이와 별도로 코인마켓캡닷컴이 집계하는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1870억달러로 감소, 10개월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연초 고점을 기준으로 투자자들이 떠안은 손실 규모는 6400억달러에 이른다. 닷컴 버블 붕괴에 따른 손실액이 수 조 달러에 달한 데 비해 제한적인 것이지만 환상을 좇던 투자자들이 제대로 쓴 맛을 본 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상황이 이미 예고됐던 일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런던 소재 마켓닷컴의 닐 윌슨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지수 폭락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라는 것이 얼마나 투기적이고 무질서한 버블이었는가를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는 투자자들 사이에 ‘디지털 금맥’으로 통하며 장차 금융업은 물론이고 그 밖에 주요 산업의 판도를 바꿔 놓을 신기술로 기대를 모았다.
소위 닷컴이 인터넷을 근간으로 한 신세계를 여는 한편 여기에 베팅한 투자자들을 슈퍼 부자로 재탄생시킬 것이라는 20년 전 착각과 닮은꼴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투자 열풍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비트코인을 필두로 대쉬와 이더리움 등 1000여가지에 이르는 암호화폐가 등장했다.
과거 닷컴이라는 이름만 달면 주가가 천정부지로 뛰자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과 나스닥 시장의 눈 먼 돈을 겨냥한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던 상황과 절묘하게 오버랩 된다.
월가 구루들 사이에는 암호화폐의 극심한 투기성과 시장 조작, 체계적인 규제 미비에 따른 부작용 등 경고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박의 꿈에 젖은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닷컴주가 영원히 오를 것이라는 헛된 믿음에 빠졌던 월가의 ‘개미’들 역시 그랬다.
암호화폐가 말 그대로 화폐의 기능을 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혹자의 주장이 현실화된다 하더라도 이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먼 훗날의 일이며, 그 과정이 결코 매끄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세금을 내는 시점까지 관련 통화는 투자 자산으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날 미국 투자 매체 포춘은 닷컴 버블 붕괴 이후 나스닥 지수가 신고점을 찍기까지 15년의 기간이 걸렸다는 사실을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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