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중심 글로벌 외환시장 전반에 걸쳐 변동성 동반 상승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터키의 부채 위기에 대한 경고가 날로 고조되는 가운데 리라화 변동성이 비트코인을 앞질렀다.
쿠데타 세력을 지원했다는 혐의로 수감된 앤드류 브런슨 미국 목사의 석방 문제를 놓고 미국과 한 판 기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터키 금융시스템의 위기 상황을 드러내는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터키의 환전소 [사진=블룸버그] |
터키 은행권에서는 전세계 투기 세력의 공격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난이 고개를 들었다.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최근 10일간 달러화에 대한 리라화의 변동 폭이 비트코인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리라화 변동성이 최근 약 80포인트에 육박, 70포인트 선에서 움직이는 비트코인의 변동성에 비해 높다는 것.
연초 이후 리라화는 달러화에 대해 40% 이상 폭락했다. 터키 금융 당국이 유동성 공급을 포함한 비상 대책을 가동했지만 리라화는 사상 최저치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블룸버그는 리라화의 변동성이 치솟은 것은 해외 투자자는 물론이고 국내 투자자마저 자국 통화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터키 정부와 중앙은행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금융시스템 안정에 대한 확신을 주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터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중앙은행 지급준비율을 하향 조정한 데 따라 금융시장에 100억리라의 유동성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금융업계 애널리스트는 태풍의 눈에 해당하는 터키 은행권과 기업의 부채 문제를 해소하는 데 아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아베르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의 케빈 데일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WSJ과 인터뷰에서 “터키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리라화의 자유낙하에 제동을 거는 데 역부족”이라며 “오히려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고 주장했다.
터키 내부에서는 전세계 투기 세력의 공격이 리라화와 금융시스템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스방크의 애드넌 발리 최고경영자는 이날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최근 금융시장 상황은 터키 경제의 펀더멘털로는 설명이 부족하다”며 “투기꾼들의 공격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리라화와 중국 위안화의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외환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동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JP모간이 집계하는 외환변동성 지수는 9.0을 상회, 지난 2월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가 금융시장을 강타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8월 초 이후 변동성 상승 폭은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최고치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