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부족에 4개월째 '대출 중단 사태' 반복
케뱅, 자본금 1.3조로 확충…케뱅, 은산분리 막혀 난항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이 출범 1년여 만에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놓였다. 출범 초기 금융권 메기 역할을 기대했지만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퇴장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다. 반면 같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정상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CI=케이뱅크, 카카오뱅크] |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12일부터 대표 대출상품인 ‘직장인K 신용대출’과 ‘직장인 마이너스 통장’의 판매를 중단했다. 케이뱅크의 대출상품 판매 중단 사태는 벌써 4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케이뱅크가 대출을 중단하는 것은 자본이 부족해서다. 고객들에게 대출을 해주기 위해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등 건전성 기준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유상증자가 번번이 무산되며 형편이 녹록지 않다. 매달 반복되는 대출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케이뱅크는 지난해 1차 유상증자(1500억원)에 이어 지난달 2차 유상증자(1500억원)를 추진했다.
하지만 일부 주주들의 불참으로 자본확충은 300억원에 그쳤다. 경쟁사인 카카오뱅크가 올해 두 차례의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1조3000억원까지 늘린 것과 대조된다.
원인은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제한(의결권 있는 주식 4% 이하·의결권 미행사 전제 최대 10% 보유)하는 은산분리 규제와 20개의 달하는 주주사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비산업자본인 대주주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증자를 주도하지만, 케이뱅크는 대주주 KT가 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자본금을 더 납입할 수 없는 형편이다.
여기에 케이뱅크의 일부 소규모 주주사들이 증자 참여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들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전제로 투자한 만큼 규제가 완화된 이후에 증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자를 두고 전혀 다른 처지에 놓인 두 은행은 총자산 규모에서도 큰 격차를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8월 말 기준 총자산이 10조원을 돌파했다. 카카오뱅크보다 석달여 먼저 출범한 케이뱅크의 총자산(1조8000억원 규모)의 약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케이뱅크는 대출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케이뱅크의 대출 연체 비율은 2분기 말 기준 0.44%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의 연체율이 0.2~0.3%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이 심각하다.
적자 폭도 커지고 있다.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 39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 188억원에 이어 2분기 207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더 커진 것. 은행 자동화 기기 수수료 면제 등으로 지출이 많은 데 비해 대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순이자마진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120억원에 그쳤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순손실 규모가 67억원 줄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산분리 완화 이슈가 다소 잠잠해진 상태를 보이는 상황에 케이뱅크가 지금처럼 증자에 어려움을 계속 겪게 된다면 두 은행의 격차는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