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中 對美 무역흑자 '사상 최대'…수출은 둔화 '3월래 최저'
"관세 타격보다 경제 신뢰도가 문제"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중국이 자국의 경제에 경미한 피해만을 입고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언제든지 267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아직 계획된 2000억달러 관세 발효도 안된 상태에서 추가 관세를 언급한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증가하는 관세 공격이 중국 무역에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지만 중국의 경제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은 확대될 수 있다고 중국인민은행 총재를 지냈던 저우 샤오촨(周小川)이 주장했다.
저우 전 총재는 최근 발표된 8월 중국 무역 지표가 대미 대치 국면의 원인과 결과가 모두 반영되어 있다며 대(對)미 무역흑자는 사상최대로 증가한 반면 전반적인 수출 증가율이 둔화한 현상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예상보다 빠른 수입 증가율이 단기적으로 희망적일 수 있다며 이는 중국의 내수가 당분간 지탱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전면적인 무역전쟁의 경우 중국은 관세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시장심리 변화에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발 관세 부과 규모가 커질 시 무역전쟁 결과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확실성 역시 확대돼 특히 증시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싱가포르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의 라지브 비스와스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추가적인 대규모 관세 조치가 임박함에 따라 중국 수출업자들은 타격을 입을 것이고 2019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저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만약 미국이 계속해서 대(對)중 관세를 강화한다면 정부의 조치에도 중국의 수출 부문은 장기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들 간의 무역 긴장이 악화되면서 그 고통은 고스란히 중국의 수출업자들 몫이 됐다. 8월달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311억달러로 사상최대를 경신한 반면 수출 증가세는 지난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둔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은행 국제금융연구소의 가이신저 애널리스트는 "8월 중국의 미국 수출이 이전달 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한 것은 미국의 2000억달러 추가 관세가 발효되기에 앞서 수출업체들이 미리 제품을 선적해서다"라며 일시적인 현상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이 수요를 증가시킨 요인도 작용했다고 가이 애널리스트는 덧붙였다.
홍콩의 노무라인터내셔널의 루 팅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정책완화에도 불구하고 수출증가율이 하락하는 것은 중국에 더욱 큰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가가치 수출은 중국의 GDP에 약 10%를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다가오는 수출 둔화는 중국의 성장률을 회복시키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7일 추가 관세로 위협하기 몇시간 전에 중국은 미국발 관세 타격이 큰 일부 수출업체를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중국 재정부는 오는 15일부터 윤활유에서 동화책에 이르기까지 397개 제품의 수출 리베이트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해당 수출 업체들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