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파기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탈퇴하는 결정을 내렸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통신은 오는 11일 출판될 예정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백악관 안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의 복사본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저자는 '워터게이트' 특종을 터뜨린 기자로 저명하며 현재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을 역임하고 있다. 신간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백악관에서 벌어진 각종 일들의 폭로를 담았다.
당시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반 탈퇴를 언급하자 그의 '결심'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당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었던 게리 콘과 보좌관이었던 롭 포터는 존 켈리 존 켈리 비서실장을 집무실로 불러 들여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나섰다.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역시 국가 안보와 경제적 타격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대통령은 이들 성화에 못이겨 고집을 꺾었지만 일시적이었다.
이후 며칠도 안 돼 트럼프 대통령은 동반 탈퇴에 필요한 180일 전 통보 서한 초안을 마련했다. 우드워드는 서한이 무역 정책을 놓고 콘 NEC 위원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자주 충돌했던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나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작성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5일, '코러스(Korus)'로 알려진 한미 FTA 협정에서 철수할 준비가 됐다며 "우리는 이것(한미 FTA)에서 철수할 것이다. 말을 잘 다듬어 공식 통보 서한을 만들고 보내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에 게리 콘과 롭 포터는 서명 만은 피하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행정 명령 서류를 치우기도 했다.
고위 보좌관들은 다시 펄쩍 뛰며 만류에 나섰다. 므누신은 한미 FTA 탈퇴가 법인세 인하 등 내용을 담은 세제 개혁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펼쳐 트럼프를 설득했다. 한미 FTA 파기를 진행하면 이를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세제 개혁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란 논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제 개혁안이 통과될 때까지만 FTA 철수를 보류키로 했다.
주요 무역 협정에서 탈퇴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은 취임한지 얼마 안됐을 때부터 적극 추진했다. 실제로 취임 첫날 그가 발표한 것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였다.
앞서 취임하고 석달 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 행정 명령 서류를 마련해 취임 후 100일째 되는 날 발표하려고 했다.
포터 보좌관은 H.R.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을 연락해 국가안보 위험성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지지한 반면 켈리 비서실장은 경제, 안보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반대했다.
트럼프의 고집을 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소니 퍼듀 농무장관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NAFTA가 농민들에게 좋은 이유와 만일 NAFTA에서 최종적으로 탈퇴한다면 트럼프 지지층을 잃을 것이며 농민 인구가 많은 주(州)들 중에는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아 표심이 고정되지 않은 경합주도 있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드워드는 미국이 현재 중국과 캐나다 등 국가과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보좌관들 상당수가 백악관을 떠났다며 중보적인 목소리가 많이 줄었다고도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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