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준, 내부출신 강점 vs BNK 시절 운용능력 의구심
주진형, 강력한 연금개혁 가능성 vs 지금운용+조직관리 우려
류영재, 정부 운영기조와 합치 vs 현장 운용감각 우려
[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1년 넘게 공석이 이어지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에 누가 선발될 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은 기금운용본부 인력 이탈이 가속화하는데다 상반기 운용 수익률도 저조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공석인 CIO 자리가 한시바삐 채워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민연금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1일 CIO 후보자 면접후 후보를 5명으로 압축했다. 여기에는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부문 사장,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와 더불어 이승철 전 산림조합중앙회 신용부문 상무, 장부연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 등이 포함됐다.
당초 CIO에는 안 사장과 주 전 사장 ‘2파전’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면접에서 두 사람 모두 상위권에 들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며 최근엔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를 포함한 3파전으로 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총괄부문장(좌)과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
일각에선 유력후복 2인이 면접 점수에서 다소 밀려나자 선임 가능성이 낮아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그간 국민연금 CIO 선임과정에서 면접 순위가 중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 6대 CIO인 홍완선 전 CIO는 서류심사 합격자(22명) 중 8위였지만 면접에선 1위로 올라섰다. 직전(7대) CIO였던 강면욱 전 CIO 역시 지원자 18명 중 서류심사에서 9위에 그쳤지만, 면접에선 선두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안-주-류 3파전 구도라는 게 업계 안팎의 컨센서스다.
안효준 사장은 3명의 후보자 중 유일하게 국민연금 내부 출신(기금운용본부 해외증권실장)으로 조직 이해도가 높은 것이 강점이다. 서울증권 뉴욕사무소장, 호주·뉴질랜드은행 펀드 운용매니저, 다이와증권 서울법인이사, 대우증권 홍콩법인이사를 거쳐 교보악사자산운용 대표와 BNK투자증권 사장 등을 지내 글로벌 투자 감각을 갖고 있다.
다만 안 사장이 재직했던 2017년 BNK투자증권은 평균 100억원대였던 순이익이 19억원으로 쪼그라들어 운용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BNK투자증권 재직 시절 파생상품 투자와 관련해 부하직원에 심한 욕설을 했다는 주장도 나와 자질논란도 일었다.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의 CIO 선임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은 기금 운용 실력보다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인연,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에 기인한다. 일례로 그는 한화증권 사장 재직 당시 증권가에선 유일하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 보고서를 냈다. 당시 호평으로 더불어민주당 총선공약단 부단장을 맡는 등 문재인 정부와 연을 맺었다.
하지만 주 전 대표의 경우 실질적인 기금운용이나 조직관리 측면에서 점수가 박하다. 한화투자증권은 2015년 홍콩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 1조원을 투자했는데 2000억원의 손실로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기도 했다. 당시 직원 350명을 구조조정하고 지점장들이 피켓시위를 할 정도로 갈등을 일으킨 전례가 있다. 그는 과거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등에 몸담았지만 운용 이력보다는 주로 전략 기획부문 역할을 담당했다. 또 장점으로 부각됐던 그의 강한 주장과 신념이 상급 기관(보건복지부)과의 소통 단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되레 단점이란 반응도 있다.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의 류 대표는 사회적 투자를 돕기 위한 컨설팅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국민연금 운영 기조와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증권사 재직 경험은 현 시점에서 20년 가량 이전으로 운용 능력에서 의구심이 제기됐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
나머지 두 후보도 CIO 선임에서 완전히 배제되진 않았다. 장부연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는 채권마케팅, 연금마케팅부문 등에서, 이승철 전 산림조합중앙회 신용부문 상무도 삼성생명에서 자산운용 업무를 담당하면서 각각의 전문성과 업무 적합성에서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올 상반기 수익률이 연 1%대에 머물렀다. 연 환산 기준으로 1.47% 수준이다. 1~5월 수익률(1.16%, 연 환산)에 비해서는 소폭 올랐지만, 여전히 1년 평균 정기예금 금리(1.79%)보다 낮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7.26%)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올 들어 증시가 부진한 탓도 있지만 638조원(6월 말 현재)의 기금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장(CIO)이 1년 넘게 공석인 데다 주요 운용 인력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자금 운용 역량이 크게 떨어진 게 수익률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몇 차례 실패했던 CIO 선임이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확실시되고 있다.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수익률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라며 “‘누가 이 자리에 오는가’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공백을 채우는 일’이 더 중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jun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