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프리미엄 시장의 핵심, 유럽 절대 놓칠 수 없어"
전 세계 빌트인 시장의 40%, 혁신과 프리미엄으로 도전
[베를린(독일)=뉴스핌] 양태훈 기자 = "빌트인 시장은 유럽의 전통 강호가 굉장히 강하다.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고 제품의 혁신성은 기본이다. 하루 아침에 되는게 아니라 몇 년이 걸릴 것이다. 절대적으로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
"빌트인은 프리미엄 제품을 소화할 수 있는 시장이 한정돼 있다. 유럽에서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LG전자는 유럽 명품 가구업체들과 협업해 제대로 프리미엄을 준비했다."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부회장).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의 가전 전시회 'IFA'에서 빌트인(매립형) 가전을 공개,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빌트인 시장인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 밀레, 보쉬, 가게나우 등의 전통 강자들과 승부에 나섰다.
삼성전자 IFA 전시장에 위치한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데이코'. 2018.09.01 flame@newspim.com |
양사 모두 유럽의 명품 가구업체들과 협업한 빌트인 제품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으로 삼성전자는 '데이코'를, LG전자는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로 내세웠다.
빌트인 가전 시장은 전 세계 시장규모가 450억달러(한화 50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가전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규모로, 미국과 유럽은 전체 빌트인 시장의 60%(미국 20%, 유럽 40%) 차지하고 있다. 세계 가전 시장의 맹주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유럽 빌트인 시장을 놓칠 수 없는 이유다.
양사는 유럽의 명품 가구업체들과 협업해 우선 활로를 개척하고,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더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인 차별화 빌트인 제품으로 유럽 시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밀레 등의 유럽 업체들과 정면승부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이와 관련해 "밀레는 역사가 120년이나 됐고, 아직도 압도적인 프리미엄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보쉬, 지멘스 등 수없이 많은 브랜드들이 빌트인 시장에서 굉장히 잘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1등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본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빌트인 시장은 일반 소비자가 데이코(럭셔리 브랜드)와 같은 브랜드를 사는 게 아니라 디자이너가 빌트인을 구매하고, 이와 조화된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형태로 일반적인 소비자가전의 유통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특히, 유럽은 가구업체가 빌트인 시장을 주도, 유럽에서는 가구와 매칭이 안되면 선택(판매)이 안되는 굉장히 보수적인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냉장고 외 인덕션 전기레인지, 전기오븐, 식기세척기 등으로 구성된 '셰프컬렉션 빌트인'을 출시해 빌트인 시장 공략을 시작, 이후 2016년 미국의 럭셔리 주방가전업체인 '데이코'를 인수해 빌트인 사업 역량을 강화한 바 있다.
김 사장은 "유럽에서는 세탁시간을 반으로 줄여주는 '퀵드라이브' 세탁기를 통해 밀레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하나씩 프리미엄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세탁기, 냉장고 모두 성장하고 있으며, '듀얼 쿡 플렉스' 오븐은 성공적으로 빌트인 시장에 받아들여지고 있아 이를 기반으로 내년에도 혁신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016년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런칭, 이후 미국과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빌트인 시장 공략에 힘써온 LG전자는 더욱 적극적이다. IFA 야외 정원에 900제곱미터 규모의 전용 전시부스를 마련하고, 유럽 명품 가구업체인 발쿠치네, 아클리니아와 협업한 빌트인 제품을 적극 홍보했다.
IFA 야외 정원에 위치한 LG전자의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전시부스. 2018.09.01. flame@newspim.com |
조성진 부회장은 이에 대해 "유럽 빌트인 시장에서는 무작정 전선(제품군)을 넓히기 보다는 명품가구업체와 협력, 제대로 준비해서 프리미엄 위주로 나가자고 결정했다"며 "빌트인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소화할 수 있는 시장은 한정(미국, 유럽)돼 있어 유럽에서 프리미엄이 반드시 성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빌트인은 미국과 한국 시장을 먼저 공략했고, 유럽이 가장 늦었는데 이는 유럽이 빌트인의 종주국으로 로컬 브랜드가 강하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존 LG전자의 유럽향 빌트인 제품은 제품의 경쟁력이나 제품구성에 있어 빠진 부분이 많았고, 브랜드를 만들어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LG전자는 유럽 시장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의 성공을 기대하는 눈치다.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했고, 유럽 시장 반응도 우호적이라는 것.
조 부회장은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가 성공할 수 있을까 의구심도 있었지만, 시장에서 충분한 기대치 만들고 있다"며 "이번 IFA에 인공지능 기술을 더한 제품을 전시해보니 나름대로 반응이 괜찮은 것 같아 앞으로 유럽은 인공지능 스마트 가구와 연결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fla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