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터키를 포함한 신흥국 자산시장의 급락에 일본의 ‘개미’ 투자자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투자 수익률이 바닥권으로 떨어진 국내 금융시장을 피해 고수익률을 제공하는 신흥국 자산을 쓸어 담았다가 낭패를 본 것.
터키 리라[사진=로이터 뉴스핌] |
비트코인 광풍에 불을 당겼던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이 공격적인 베팅으로 쓴 맛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일본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터키 리라화 표시 우리다시 본드가 76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브라질 헤알화와 멕시코 페소화 표시 우리다시 본드 규모도 각각 107억달러와 38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통화로 발행된 채권을 모두 포함할 때 일본 투자자들이 보유한 우리다시 채권 물량은 총 1553억달러로 집계됐다.
우리다시 본드는 일본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발행된 외화 표시 채권을 일컫는다. 일본 금리가 장기간에 걸쳐 제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자 고수익률을 제공하는 채권으로 투자 자금이 밀물을 이뤘다.
결과는 참담하다. 리라화가 최근 한 달 사이에만 달러화와 엔화에 대해 각각 20%와 21%의 폭락을 연출했고, 이에 따른 평가손실을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은 것.
이 밖에 인도 루피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브라질 헤알화 역시 수년래 최저치로 밀렸고, 이는 우리다시 본드를 매입한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가했다.
유통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채권의 특성 상 손절매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채권을 매각한 증권사가 이를 되사들이거나 개인적으로 보유한 물량을 인수할 다른 투자자들을 찾아내야만 발을 뺄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신흥국의 위기 상황에 관련 통화가 연일 급락하는 상황을 속수무책 바라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수년간 총 750만엔(6만7500달러)의 자금을 우리다시 본드에 베팅한 49세의 법률 전문가 도쿠 야스유키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고수익률에 이끌려 채권을 대량 사들였다”며 “커다란 실수를 했고, 뼈 아픈 교훈을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신흥국 통화의 반등을 기다리며 매입한 채권을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문제는 외환시장의 반전에 대한 기대가 지극히 낮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달러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시장 개입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월가의 투자은행(IB)은 추세적인 달러 상승이 꺾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