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전 미국 기준금리 5.25% 당시 수준에 육박
연준 긴축 따른 경계감 및 디폴트 리스크 반영한 결과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흥국 채권 금리가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뛰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를 필두로 이머징마켓 전반으로 번진 리스크에 해당 지역 채권 수익률이 미국 기준금리가 5.25%에 달했던 당시 수준까지 뛴 것.
극심한 경제 위기 속에 시위에 나선 아르헨티나 국민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시장 전문가들은 신흥국 채권 금리 스프레드가 극단적이라는 의견과 함께 그럴 만한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30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신흥국의 달러화 표시 투자등급 회사채 수익률이 4.82%로 미국 금융위기 이전인 2006년 말 수치와 거리를 114bp(1bp=0.01%포인트)로 좁혔다.
신흥국 국채 수익률 역시 12년 전 수치와 간극을 95bp로 축소했고, 현지 통화 표시 회사채 수익률은 이미 2006년 수준으로 복귀했다.
신흥국의 달러화 표시 하이일드 본드 수익률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이미 앞질렀다.
아르헨티나와 터키를 제외하더라도 신흥국 5년만기 국채 실질 수익률은 3%로, 턱없이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투자자들의 평가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 연방기금 금리가 2.0%로 12년 전 5.2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운데 벌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8% 내외에서 거래, 12년 전에 비해 약 2%포인트 낮은 수준이고 독일 5년물 국채 수익률은 마이너스 0.2% 내외로 2006년 말 3.92%와 현격한 차이를 벌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신흥국 채권이 극단적으로 저평가됐지만 저가 매수 유입이 엿보이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자금이 선진국과 안전자산에서 신흥국 채권으로 방향을 전환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얘기다.
아울러 신흥국 통화의 도미노 하락 및 변동성 상승도 해당 지역 자산의 투자 매력을 깎아 내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JP모간이 집계하는 신흥국 통화 변동성 지수는 2015년 9월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특히 선진국 대비 신흥국 통화의 상대적인 변동성은 미국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강타했던 2008년 수준까지 올랐다.
신흥국 통화 변동성이 2013년 연준이 자산 매입 축소 계획을 밝히면서 벌어졌던 이른바 ‘테이퍼 발작’ 당시보다 높게 치솟자 투자자들이 경계감을 늦추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신흥국 채권 금리 수준이 디폴트 리스크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BNP 파리바의 브라이언 카터 이머징마켓 헤드는 FT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신흥국 채권의 디폴트 리스크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선진국 중앙은행이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QE)를 시행한 약 10년 사이 신흥국 부채가 눈덩이로 불어난 만큼 최근 움직임은 지나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신흥국의 GDP 대비 부채 규모는 2012년 이후 두 배 급증했다. 달러화와 미국 금리의 상승은 커다란 리스크 요인이고, 신흥국 채권 수익률이 가파르게 뛴 것은 이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이라는 해석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