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전기자동차 테슬라의 이사회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장기간에 걸친 경영 실적 부진에 최근 상장폐지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고 싶은데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 뉴스핌] |
스스로를 ‘나노 매니저(nano manager)’라고 지칭하며 소위 ‘튀는’ 발언과 행동을 일삼았던 머스크에 대해 교체설까지 나온 것은 최근 상장폐지 해프닝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28일(현지시각) 워싱턴 포스트(WP)에 따르면 테슬라 이사회는 공동 CEO를 세워 경영 일선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솔하게 꺼낸 상장폐지 발언에 주가 널뛰기를 연출한 데 따라 투자자와 월가 애널리스트 사이에 머스크의 신뢰가 크게 실추됐다는 판단이다.
머스크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부펀드로부터 비상장 전환에 필요한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다고 호언장담하며 주가를 띄웠지만 외신을 통해 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 전해졌고, 주가가 가파른 하락 압박에 시달리는 가운데 테슬라 측은 지난주 상장폐지 계획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머스크가 의도적으로 상장폐지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번 상황을 지켜본 이사회는 머스크가 CEO 직과 회장 직을 겸임, 모든 경영 결정권이 그에게 주어진 지배구조에 변경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월가에서도 이 같은 관측이 제기됐다. 코웬 앤 코은 투자 보고서를 내고 “최근 17일간 일어난 해프닝이 테슬라 이사회의 새로운 경영자 선임에 정당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번스타인 역시 테슬라에 보다 다듬어진 경영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일부 테슬라 주주들이 머스크의 회장직 사임과 그의 가족의 이사회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문제는 머스크가 테슬라에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작지 않다는 점이다. 모닝스타의 데이비드 휘스턴 애널리스트는 WP와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곧 테슬라”라며 “그가 없는 테슬라는 단순히 일개 자동차 업체일 뿐이며, 그가 교체될 경우 테슬라의 주가가 급락하는 한편 자금 조달이 막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테슬라 이사회는 경영 일선을 맡을 공동 CEO를 영입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지만 이 역시 간단치 않다는 지적이다. 머스크와 화학적 결합을 이루며 매끄러운 경영을 이뤄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가트너의 마이크 램지 러서치 이사는 “누구든 테슬라의 공동 CEO를 맡으면 1년 이내에 해임되거나 자진해서 사임하게 될 것”이라며 “머스크와 장기간 공존하는 일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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