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석유 강국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부펀드 소식통들은 테슬라의 상장폐지 자금을 댈 것이라는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에 쓴웃음을 짓고 있다.
적어도 겉보기에 양측의 ‘딜’은 윈-윈 전략으로 비쳐진다. 주주들의 수익 창출 압박에 시달리는 테슬라는 한결 느긋하게 제품을 개발할 수 있고, 사우디 측은 석유에 집중된 자원을 분산해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테슬라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문제는 사우디 국부펀드의 자금력이다. 소위 검은 다이아몬드를 재원으로 한 펀드라고 하지만 세상의 통념처럼 화수분이 결코 아니라는 지적이다.
테슬라의 상장 폐지 여부를 둘러싼 월가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1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의 정부 관계자와 그 밖에 소식통을 인용해 국부펀드가 실상 머스크의 발언대로 충분한 자금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경제 성장 동력의 다변화에 나서면서 최근 2년 사이 글로벌 투자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펀드는 이미 블랙스톤과 손잡고 2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고,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이끄는 IT 투자 펀드에 45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베팅했다.
이 밖에도 펀드는 우버 테크놀로지와 매직 리프, 눈 등 실리콘밸리의 신생 기업에 4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펀드는 사우디의 북서 지역에 5000억달러 규모로 추진 중인 미래 도시 건설에도 상당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상황이다.
사우디 정부 관료들은 테슬라를 포함한 신규 투자는 엄두도 내기 어렵고, 기존에 약속한 투자를 온전하게 이행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WSJ은 전했다.
또 국부펀드가 최근 사들인 테슬라 지분 5% 이외에 추가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데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한 바가 없다는 것이 소식통의 얘기다.
시장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사우디 국부펀드의 자산 규모는 2000억~3000억달러다. 이는 사우디의 거대 석유화학 업체인 SABIC의 지분을 포함해 당장 유동화하기 어려운 자산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더구나 사우디의 국영 석유업체인 아람코의 기업공개(IPO)가 미궁으로 빠져든 상황에 머스크가 제시한 주당 420달러의 상장 폐지에 자금을 공급하는 일은 생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우디는 지난 2년에 걸쳐 십 여 개의 투자은행과 로펌, 자문사들과 석유 공룡 아람코의 IPO를 추진했지만 답보 상태다.
최근에는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이 아람코 IPO를 통해 확보하려고 계획했던 100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차선책을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 신문의 주장이다.
아람코의 IPO는 국부펀드의 자산을 유동화하는 데 핵심이라는 점에서 테슬라 투자에 대한 회의론자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머스크는 사우디 국부펀드가 상장폐지 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지만 이는 펀드의 주머니 사정을 모르는 소리라는 것이 소식통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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