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소위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채권시장에서도 재연되는 모습이다.
전세계 채권시장 자금이 미국으로 밀물을 이룬 것. 지난 5월 3.11%까지 올랐던 10년물 국채 수익률의 상승 흐름이 꺾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 [사진=블룸버그] |
문제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정치 혼란 등 대외 악재를 피해 홍수를 이룬 자금이 미국 국채 수익률을 압박, 지표와 현실 사이에 괴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채권부터 달러, 주식까지 ‘자산 인플레’가 궁극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경고다.
23일(현지시각)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8월 전세계 채권펀드의 미국 투자 비중이 62.6%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특히 장기물 채권의 매수 열기가 두드러진 것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터키와 러시아, 이란 등 미국이 제재를 가한 국가의 통화와 금융 자산이 급락한 한편 관세 전면전을 벌이는 중국 역시 일격을 맞으면서 자금이 미국 채권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다.
달러화 강세 및 미국 주식시장의 상대적인 강세 역시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강한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 매입 열기가 지속될 경우 금융 지표의 왜곡이 한층 심화,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의 성장 호조와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 기조에도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0%를 밑도는 상황은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대외 정책이 제 발등을 찍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강달러로 인한 신흥국의 혼란이 결국 미국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터키부터 중국까지 신흥국의 위기 상황이 악화되면서 3조7000억달러에 이르는 달러 부채에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미국 역시 저항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개입’에 최근 달러화가 하락 압박을 받았지만 여전히 달러화는 주요국 통화에 대해 연초 이후 5%를 웃도는 상승률을 지켜내고 있다.
핌코의 조아킴 펠스 글로벌 경제 자문관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달러 부채를 가진 이들이 일제히 달러화 자금을 확보하는 데 혈안이고, 이는 강달러를 부추기고 있다”며 “달러화 상승이 트럼프 대통령이 우려하는 것처럼 미국 기업의 수익성에 흠집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채권시장 역시 자금 흐름에 변화가 발생할 경우 충격이 한꺼번에 닥칠 것이라는 우려다.
투자등급 채권 가운데 가장 하위 등급인 BBB의 비중이 최근 53%를 기록, 2007년 38%에서 가파르게 뛰었다. 또 하이일드 본드의 평균 스프레드가 30bp(1bp=0.01%포인트)로 10여년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영속되기 어렵고, 채권시장의 반전이 본격화될 때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월가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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