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은행, 익스포져 축소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 부정적
터키 경제규모 감안시, 아르헨티나 위기보다 위험
[서울=뉴스핌] 민지현 기자 = 터키 금융위기 확산으로 유럽계 은행들이 한국을 비롯한 여타 지역에서 익스포져(위험에 노출된 금액)를 축소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까지 부정적 여파가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금융센터는 14일 '터키 금융시장 패닉 및 관련 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현재 한국의 대터키 익스포저는 12억2000만달러로 전체의 0.5%에 불과하다. 이에 터키 사태가 국내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나 금융위기가 확산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여타 지역에서 익스포저를 축소하게 되면 부정적 영향은 커질 수 있다는 것.
터키 리라[사진=로이터 뉴스핌] |
김용준 연구원은 "터키의 경제규모(세계18위, $8637억) 등을 감안할 때 아르헨티나 금융위기 등에 비해 부정적 여파가 클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터키의 금융 및 투자, 무역의존도는 대부분 유럽에 집중돼 있으며 한국의 직접적 익스포져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터키 기업 및 은행들의 대외차입은 주로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계 은행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채무 불이행 확대 시 해당 은행들의 타격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무역에 있어서도 한국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터키의 주요 무역대상국은 EU(41%)이며 국가별로는 독일(9.3%), 중국(6.8%), 러시아(5.8%), 미국(5.4%), 이탈리아(5.2%) 순이다. 김용준 연구원은 "무역거래의 영향도 철강, 합성수지, 자동차 부품 등 주요 수출품목에 한정될 것"으로 진단했다.
또한 보고서는 이번 터키 사태 해결을 위한 터키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나 위기 타개 능력이 제한적인 것으로 보여 단시일 내 금융불안 해소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현 단계에서 추가 위기로 확산되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과 EU간의 관계 개선이나 IMF 구제금융 요청, 대폭 금리 인상 등의 정책적 노력이 긴요하나 정책 의지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리라화 폭락은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의 장기 구속을 이유로 미국 정부가 터키 장관 2명에 대한 제재에 이어 지난 10일 터키산 알루미늄 및 철강에 대한 관세를 두배 인상하는 조치까지 꺼내든 데 따른 결과다.
미국의 대터키 제재 부과 이후 터키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10일 이후 터키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등 패닉 분위기가 전개되고 있다. 환율은 사상 최고, 국채 금리 및 CDS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수준으로 상승했다. 특히 리라화 가치는 장중 한때 전일 대비 11.9% 하락했고 CDS 호가도 400bp를 상회했다.
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