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전격 금리인상, 메르켈 터키 금리인상 촉구
월가 전망 '잿빛' 에르도안 백기 들어야 상황 종료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터키의 위기 상황이 정부의 비상 대책에도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 모습이다.
리라화가 13일(현지시각) 사상 최저치를 또 한 차례 갈아치웠고, 터키 은행권이 발행한 채권도 동반 폭락했다.
터키 리라[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전염에 대한 공포가 번지면서 신흥국과 유럽, 미국 금융시장이 연쇄적인 하강 기류를 연출한 가운데 아르헨티나가 예상 밖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등 주요국이 리스크 차단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이날 터키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발표에도 리라화의 최저치 하락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 장중 달러/리라 환율은 7.24리라까지 상승, 불안한 투자 심리를 반영했다.
터키 은행권 채권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연초 이후 리라화 가치가 40% 폭락한 데 따라 은행권이 외화 표시 부채를 상환하는 데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 결과다.
바클레이스에 따르면 터키 은행권이 발행한 9개 채권이 액면가 1달러 당 80센트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야피 크레디 은행이 발행한 채권이 지난 한 주 사이에만 30센트 급락했다.
터키 사태는 신흥국은 물론이고 유럽 대륙까지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는 리라화 폭락이 중국 위안화 하락을 부채질해 달러/위안 환율의 7위안 돌파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장중 달러 인덱스가 1.3% 급등한 가운데 신흥국 통화는 쓰나미를 연출했다. 남아공 랜드화가 한 때 10% 이상 하락하며 10년래 최대 하락을 기록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1% 이상 밀리며 3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로화 역시 하락 압박에 시달렸다. 터키 채권을 보유한 스페인과 프랑스, 이탈리아 은행권을 중심으로 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에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한 때 1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터키 충격은 금융시장뿐 아니라 펀더멘털 측면에 교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인도의 6월 인플레이션은 루피화의 동반 하락으로 인해 4.17%로 치솟았다. 루피화가 달러당 70루피까지 오르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데 따른 결과다.
이 때문에 인도 중앙은행의 정책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압박을 진정시키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와 함께 환율 안정을 위해 23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방출했지만 외풍에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국가는 보다 공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7일물 금리가 사상 최고치인 45%로 높아졌다.
터키 혼란으로 인한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 월가 투자은행(IB) 업계의 판단이다. 실제로 장중 4% 가까이 떨어졌던 페소화는 금리인상 소식에 낙폭을 2% 선으로 좁혔다.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권도 경계에 나섰다. 터키의 이번 난국을 놓고 국수주의 정권을 향한 비판이 고조되자 자신들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 채권이 터키 충격에 동반 급락하자 정부 관계자가 유럽중앙은행(ECB)과 투기적인 공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로이터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위기 진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터키 정부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미국의 제재에 맞서기 위한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의견으로 해석된다.
시장의 전망은 잿빛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백기를 들지 않고서는 터키가 부채 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경고다.
베렌버그의 카스텐 헤세 이코노미스트는 CNN머니와 인터뷰에서 “터키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자산 가격의 하락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