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중기 대출 확대 '한계'…은행권 '파이싸움' 치열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와 맞물려 덩치를 키우던 기술신용대출 성장세가 주춤하다. 은행권에선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신용도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기술신용대출이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운 기술 유망 기업을 발굴하기보다는 경쟁사 거래 기업을 빼앗는 '파이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1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술신용대출 건수는 34만1429건으로 전월 대비 역성장을 기록했다. 지난 4월 4.7%에서 5월 3.1%, 6월 -1.4%로 점차 성장율이 꺾이는 모습이다.
기술신용대출은 기술 평가를 토대로 대출여부, 이자율, 한도 등을 설정하는 대출상품이다. 신용평가(60%)에 기술평가(40%)를 더한 것으로 보증이나 담보가 없어도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대출 잔액 기준으로 전월 대비 성장율을 보면, 지난 4월(143조9227억원) 3.4%, 5월(147조5034억원) 2.5%, 6월(147조6256억원) 0.1%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통상 6월에 차입금 상환과 부실채권 상각으로 기업대출이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해도 2~3년 전 같은 기간 보다 성장 속도가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대출 잔액 기준 성장률은 2015년 31.7%, 2016년 3.7%, 2017년 1.0%로 떨어지고 있다. 대출 건수 기준으로는 28.7%, 4.0%, 1.8%로 하향세다.
은행권에선 기술신용대출 규모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기업을 발굴해 대출을 내주기보다는 기술신용대출이 가능한 기업을 대상으로 은행끼리 뺏고 뺏기는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신용대출이기 때문에 우량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이 이뤄지는데, 이 같은 기업은 한정돼 있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기술금융 담당자는 "본격적으로 기술금융을 확대한지 4~5년이 지났기 때문에 신규기업을 발굴했던 초반과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주로 제조업 기반의 신용도가 괜찮은 기업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다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발맞춰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책을 내놓다보니 기술신용대출 대상 기업이 다른 금융지원으로 분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중은행들은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직접 투자에 나서거나, 일자리 창출 기업 대상 대출, 동산담보대출 등 다양한 대출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시중은행 기업고객부 담당자는 "당국에서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데 은행들이 이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수 십 가지 중기대출 상품에서 신규 상품에 상대적으로 대출 실적이 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인상으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진 만큼 향후 기술신용대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소기업 대출을 급격히 늘려왔지만, 대출금리 상승 압박이 커지면서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기대출도 연체율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같은 속도로 늘려가긴 쉽지 않다"며 "올해부터 내년까지가 기술신용대출 성장세에 고비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