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를 비상장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테슬라의 주가가 급등하며 뉴욕증시가 출렁였다.
이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머스크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뜻은 매우 확고했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이메일에서 “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회사의 장기적 발전보다 단기 수익을 끌어올리는 데 유리한 결정을 내리라는 압박을 어마어마하게 받고 있다”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이어 “테슬라의 주가 하락에 대한 베팅 규모가 막대한 만큼, 회사를 공격해 이득을 얻는 이들도 굉장히 많다”고 꼬집었다.
머스크는 현재 시가에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420달러에 테슬라 지분을 인수할 것이고 자금을 확보해 놓았다고 밝히면서도, 일부 주주들은 상장 폐지 후에도 테슬라와 함께 할 것이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실제로 회사의 장기적 비전에 투자하는 주주들은 상장 폐지가 논리적 결정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상장 폐지 후에도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상장 폐지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지, 얼마나 많은 주주들이 끝까지 함께 해줄 지는 상당히 불확실하다고 FT가 진단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로이터 뉴스핌] |
우선 T 로 프라이스, 피델리티, 베일리 기퍼드 등 기관 투자자들이 테슬라의 지분 중 25%를, 머스크가 20% 가량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며, 나머지는 대부분 지수펀드에 묶여 있다.
비상장 테슬라의 지분을 원치 않거나 보유할 사정이 안 되는 투자자들의 비율로 보자면 머스크는 상장 폐지에 수백억달러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는 테슬라가 지금껏 실시한 모든 자사주 환매 규모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분기당 10억달러의 현금을 소진해 온 테슬라는 모델3 생산량 확대와 새로 출시될 모델Y 및 전기 트럭 생산을 위해 매 분기 100억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골드만삭스가 추정했다. 이에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은 머스크가 자금 압박 때문에 향후 수년 내 상장기업으로 복귀해야 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일단 머스크는 중국 공장 건설을 위해 중국 은행들로부터 20억달러의 대출을 받고자 한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이는 테슬라가 월가의 자본이 아니더라도 다른 자금원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의미이기는 하다.
하지만 현금흐름도 부족한 상황에서 사업 확장을 위해 대출에 크게 의존한다면 결국 상장 폐지에 따른 효과가 반감된다. FT는 소식통을 인용, 기업 대출 전문 은행들에서는 테슬라의 대출 요청이 아직 없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제 머스크에게 남은 마지막 방법은 상장 폐지 후에도 주주들이 투자를 계속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머스크는 유동성이 어느 정도 확보될 것이라 장담하며 매 6개월 정도마다 지분을 매각할 기회가 있을 것이며, 테슬라가 안정적인 성장기에 접어들면 다시 상장을 고려하겠다며 주주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머스크는 7일 트위터를 통해 “상장 폐지가 불투명한 가장 큰 이유는 주주 표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라며 볼 멘 소리를 냈다.
이에 한 월가 투자은행가는 주주 표결에서 상장 폐지안이 통과되려면 머스크가 구체적인 성장 및 지분 계획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것이 상장 폐지라는 위험한 결정을 막는 안전망이 될 수도 있다며 “트위터 몇 번으로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는 없는 법”이라고 비꼬았다.
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모델3 차량 [사진=로이터 뉴스핌] |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