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난 2016년 4월 중국에 위치한 북한 류경식당 집단탈북이 북한의 뇌물 압박 요구와 한국 국가정보원의 협박과 회유 때문에 이뤄졌으며 여종업원들은 목적지를 모르고 있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당시 여종업원들과 함께 탈북했던 허강일 류경식당 지배인은 5일(현지시간) 보도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2016년 4월 7일 북한 해외식당서 집단 탈출한 여종업원 12명이 국내에 입국하는 모습.<사진=통일부> |
인터뷰에 따르면, 그가 북·중 접경지역인 지린성 내 식당에서 여종업원 22명과 일할 당시, 본국으로 연 10만달러(약 1억1250만원)을 송금하라는 의무를 받았고 북측 감시요원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뇌물 상납 요구를 받았다.
이러한 압력에 못 이겨 그는 식당 단골이던 조선족을 통해 한국 정보기관 관계자를 소개받았고, 북한 내 엘리트그룹 지인들로부터 입수한 북한 미사일 및 잠수함 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전달했다. 그러자 중계인 역할을 한 조선족으로부터 돈을 요구하는 협박을 받자 상하이 인근 류경식당으로 근거지를 옮겼다.
이후 문제의 조선족 중계인이 이 곳까지 찾아오자 2016년 초에 허씨는 한국 정보기관 관계자와 접촉해 한국으로 데려다 달라고 요청하고 5월 30일 탈북을 계획했다.
당초 혼자 탈북할 계획이었으나, 정보기관 관계자가 류경식당 여종업원 19명을 함께 데리고 오라고 요구했다. 이 관계자는 여종업원들을 데리고 오지 않을 경우 북측에 알리겠다는 협박과, 데려올 경우 수백만달러를 주겠다는 보상을 함께 제시했다.
허씨는 북한에 남은 가족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탈북 사실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정보기관 관계자의 약속을 받은 후 최종적으로 탈북을 결심했다. 하지만 여종업원들에게는 탈북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이동 준비만 지시했다.
탈북 당일 쿠알라룸푸르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상하이 공항으로 출발하기 몇 시간 전에 여종업원 5명이 사라졌고, 공항으로 이동 중 류경식당 주인의 추격에 자동차 추돌사고가 발생하면서 또 2명이 합류하지 못했다.
나머지 여종업원들은 말레이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에 도착한 후 태극기를 보고서야 행선지를 알고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허씨가 '북한에 돌아가면 죽는다'며 이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튿날인 4월 7일 한국에 도착했고, 통일부가 바로 다음날 이들의 집단탈북 사실을 공개했다.
류경식당 여종업원 탈북에 대해 국내에서는 ‘기획 탈북’ 의혹이 계속 제기된 바 있다. 허씨도 지난 5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자발적으로 탈북한 것이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국정원과 ‘기획한 탈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탈북 여종업원들은 자유의사에 따라 탈북한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여종업원의 송환을 재차 촉구하며 "박근혜 역적 패당이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불리한 정치 형세를 역전시킬 불순한 목적 밑에 꾸며낸 범죄행위"라면서 "정권이 교체되고 보수패당의 집단 유인 납치만행의 진상이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여성공민들은 남조선 땅에 유괴 납치돼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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