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침대 이어 까사미아까지...확산하는 '라돈 포비아'
서초구 등 서울시 자치구 6곳, 라돈측정기 대여 시행
쇄도하는 민원에 비해 부족한 물량...자치구 고민 깊어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최근 '라돈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면서 라돈 측정기 대여를 요구하는 민원이 급증, 서울시 자치구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여사업을 시작하지 못한 자치구가 대부분일뿐더러 사업을 시작했어도 예산과 물량 부족으로 충분한 공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3일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조사한 결과 라돈 측정기 대여사업을 시행중인 자치구는 성동구, 도봉구, 노원구, 관악구, 서초구, 송파구 등 6개소다. 이외에 다수의 자치구가 사업 시행을 위한 검토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1급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된 대진 침대 <뉴스핌DB> |
이 같은 움직임은 대진침대에 이어 까사미아 제품에서도 라돈이 발견돼 시민 불안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폐암 발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각 자치구에는 라돈 측정기 대여사업을 시행해 달라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일부 자치구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우리 구는 왜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커 현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8월 중순부터 사업 시행을 계획 중인 강남구청 관계자는 "라돈 측정기 대여사업을 시행해달라는 민원이 하루에도 5~6건씩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일단 측정기 5개로 시작하고 추가로 기기를 더 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업을 시행 중인 자치구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측정기 대여 기간을 늘려달라는 요청도 많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현재 라돈 측정기 37대를 운용하고 있지만 대기자가 360여 명"이라며 "정확한 측정을 위해 대여 기간을 최대 이틀로 잡다 보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측정기를 추가 구매하려고 해도 물량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환경공단도 지난 4월부터 라돈 측정기를 시민들에게 무료로 대여하고 있다. 대여를 신청하면 1주일 이내에 측정기가 배달되며 측청값을 공단에 제출한 뒤 1주일 내 분석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그러나 대진침대 29개 모델 사용 가정이 우선 신청 대상이며 최근 문제가 불거진 까사미아 제품 사용 가정은 서비스 대상이 아니다.
공단 관계자는 "까사미아의 경우 자체적으로 라돈 측정과 회수작업을 하고 있어 서비스 대상이 아니다"라며 "측정기를 반납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으면서 대여하는 경우, 고장내는 경우가 많아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의 라돈 측정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온라인에서는 라돈 측정기를 대여하는 사설업체들이 성행하는 추세다. 대여료는 측정기 한 대당 3~5만 원가량으로, 10만 원 이하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돼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얼마나 불안하면 이처럼 라돈 측정기를 찾아다니겠나"라며 "라돈 측정기가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만큼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