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터키 제재 명단도 마련
터키 "제재 가하면 보복할 것"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두 명의 터키 장관에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터키에 가택연금된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을 둘러싼 양국간의 논란을 극적으로 증폭시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터키에 가택연금된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미 재무부는 이날 터키 법무부 장관인 압둘하밋 굴과 슐레이먼 소일루 내무부 장관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시켰다. 또한, 이들과 금융 거래도 금지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브런슨 목사에 대한 부당한 억류와 터키 공무원들에 의한 계속된 기소는 용납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 정부가 그를 즉각 석방시킬 것으로 알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제재는 이 두 명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 에 따르면 정부는 제재를 가할 기업, 개인 등 대상들을 담은 '블랙리스트'를 마련했다. 정부는 세계에서 인권 유린이나 부패에 연루된 개인, 단체에 제재를 가하는 내용의 '전 세계 마그니츠키 인권 책임 법안(Global Magnitsky Act, 2016)'을 바탕으로 제재 리스트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대화에도 불구 브런슨 목사를 끝내 석방시키지 못하자 터키에 대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브런슨 목사는 지난 2016년 10월, 터키 이즈미르에서 개신교 목회활동 중 군부 쿠데타 조직을 지원했다며 구금됐다. 지난 4, 5월 공판에서 터키 법원은 브런슨에 대한 석방 요청을 거부했고 오는 10월 12일에 다음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다음 공판에서 유죄가 판결될 경우 그는 최고 징역 35년형에 처해질 수 있었지만 최근 감옥에서 풀려나 가택연금 상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터키 이즈미르법원은 지난달 31일, 브런슨의 석방 및 출국 요청을 기각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 대변인은 "터키는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제재를 가할 경우 보복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다만, 오는 4일 싱가포르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열어놨다.
미국과 터키의 갈등은 최근 몇년간 심화됐다. 터키는 테러조직으로 보고 있는 시리아의 쿠르드족 민병대를 미국이 지원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다. 미국은 터키가 러시아로부터 S-400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터키는 미국으로부터 F-35 전투기 100대를 구입하기로 했는데 의회에서는 최근 미 국방부가 터키에 전투기를 조달하는 것을 잠정적으로 금지하는 초당적인 법안이 통과됐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주 에르도안에 이 법안을 언급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