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민들, ‘내 사건’은 대법원 재판 원해...이기적 존재”
“논리보다 직관적·감정적 이해 선호...여론조사결과에 쉽게 영향”
보수 신문에 상고법원 도입 전제로 한 기사 노출 전략도 세워
[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지난달 31일 추가 공개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권 남용’ 의혹 문건 중 국민에 대해 ‘이기적 존재’라는 표현과 함께 직관적·감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국민을 폄하한 것으로 드러나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성이 더욱 무너질 전망이다.
[경기=뉴스핌] 이형석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법원행정처 ‘재판거래’ 파문에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06.01 leehs@newspim.com |
지난 2014년 8월 29일 법원행정처 소속 심의관들이 상고법원 설치와 관련한 동향 파악을 위해 청와대 법무비서관실과 회식 자리 뒤 작성한 문건에는 “국민들은 이기적인 존재들”이란 문구가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일반 국민들은 ‘내 사건’은 대법원에서 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들”이며 “이기적인 국민들 입장에서 상고법원이 생겼을 경우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 접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대법원 사건 수 많음 △대법관이 힘듦 △상고법원을 만들어야 함’ 논리는 이성적인 법조인들에게나 통할 수 있는 논리일 뿐”이라고 했다.
또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대법관 업무가 많으면 ‘단순히 대법관을 증원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구체적 처리시간 단축 △대법관과 비슷한 경륜 법관으로부터의 재판 △보다 자세한 판결문’ 등 일반 국민들 눈높이에서의 논리 개발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법관들의 우월의식은 다른 문건에서도 확인됐다. 전통매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전략 보고서에는 국민을 “직관적·감정적 이해를 선호”한다며 이성적·논리적 접근 중심의 홍보를 중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심정적 준거 집단의 동향과 여론조사결과 등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며 상세한 정보보다 감정적인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보수 신문사를 통해 상고법원 도입이 기정사실화 된 것을 전제로 보완방안을 소개하는 기사를 작성하는 등 상고법원에 우호적인 기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대표적인 언론사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이다.
해당 문건들은 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우호적인 여론 형성을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법관들의 ‘선관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관들은 법정 가장 높은 곳에 앉아 재판을 좌지우지 하다보니 본인이 남들보다 우월한 존재인 것으로 착각에 빠지기 쉽다”며 “이번 ‘사법농단’도 결국 이런 선관의식의 결과물이다. 항상 국민에 봉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법권 남용 의혹에 사법부의 신뢰가 이미 주저앉을 대로 주저앉게 된 상황에서 신뢰 회복을 위한 방법은 더 이상 찾기 어려워 보인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