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익대 앞 '먹튀' 외국인 겅계령
"긴급히 돈 필요해"..."갚겠다" 해놓고 잠수
마포구 동교동·합정동·상수동 등지 피해자 속출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서울의 핫플레이스 홍대에 ‘외국인 주의보’가 내려졌다. '교통비를 빌려 달라'며 한국인에게 접근해 갚지 않는 수법으로 현금을 가로챈 외국인 사기 범죄가 늘어 주의가 요구된다.
빌려주는 사람이 있을 지 의문이지만 낯선 외국인이 '플리즈'(제발)와 '페이백'(돌려주겠다)을 연발하며 불쌍한 표정으로 집요하게 달라붙으면, 순간적으로 혼이 빠져 자신도 모르게 지갑을 연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조언도 나온다.
대학생 임모(21·남)씨는 지난 6월21일 서울지하철 6호선 상수역 부근에서 한 20대 흑인 남성에게 현금 4만원을 빌려주고 한 달 째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자신을 미국인이라고 밝힌 외국인은 “부모님 때문에 급히 공항에 가봐야 하는데 현금이 모자라다”며 “돌려주겠다(payback)”고 강조했다.
임씨는 “여권사진도 찍고 페이스북 계정도 알려 주길래 진짜인줄 알았다“며 ”며칠 전까지 SNS로 연락은 했지만 약속이 있다거나 친구가 아프다는 식으로 만남을 미뤘다“며 괘씸해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한 달 전 새벽 3시쯤 도모(31·남)씨도 마포구 동교동 삼거리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흑인 남성 한 명과 백인 남성 한 명이 횡단보도 너머에서 뛰어와 “한국에 왔는데 돈이 없다”며 끈질기게 달라붙어 3달러를 주고 말았다.
이 외국인들은 도씨뿐 아니라 다른 한국인들에게도 상습적으로 금전을 요구했다. 도씨는 “연희IC 쪽에 사는 친한 동생도 같은 외국인에게 당했다”며 “알고 있는 피해자만 최소 5명”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긴급히 현금이 필요하다”며 한국인에게 접근, 인정에 호소해 돈을 빌리고 각종 핑계를 대며 갚지 않는 방식으로 사기 행각을 벌여왔다. 화를 피한 일부 피해자들은 “요구를 거부하면 집요하게 뒤쫒아 온다”며 “이 역시 위협적”이라고 증언했다.
주요 활동지역은 서울 동교동·합정동·상수동·연희동 등 홍대 인근이다. 간혹 이태원 등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유사한 피해를 당했다는 경험담도 전해진다.
한국인에게 "돈을 빌려달라"며 접근하는 외국인들은 "갚겠다"며 신용의 증표로 자신의 여권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zunii@newspim.com 2018.07.24 [사진=제보자 제공] |
‘외국인 신분’을 이용해 한국인의 정(情)에 호소한 현금 사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음악인 정모(36·여)씨도 2년 전 6호선 합정역 부근에서 같은 수법으로 돈을 잃었다.
정씨는 “중국계 미국인이 부산음악축제를 가야하는데 교통비가 필요하대서 5만원을 빌려줬는데 잠적했다”며 분노했다. 담보로 여권정보를 얻었지만 사기범을 찾아낼 방법은 없었다.
도씨는 “사례를 모으고 있는데 유사사건 피해자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전 요구를 하는 위험한 외국인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