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사 외환 전문가 설문 조사
무역 전쟁에 심화 가능성·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주목
[서울=뉴스핌] 민지현 기자 = 올해 말 달러/원 환율이 1150원대 중반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뉴스핌이 20일 국내 은행과 증권사 등 전문가 7명을 대상으로 달러/원 환율 전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연말까지 전망치는 평균은 1092.5원~1154.3원으로 집계됐다. 중위값은 1115.7원으로 나타났다.
임혜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미국이 아닌 국가 간의 경기 격차를 언급하며 강달러를 예상했다.연말 고점을 전망치 평균(1154.3원)보다 높게 예상한 외환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의 심화와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분위기 등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차를 꼽았다.
임 연구원은 "무역분쟁도 하나의 이슈는 맞지만, 환율 방향성에 있어 핵심은 세계 경기 흐름과 통화정책"이라며 "미국과 미국이 아닌 국가들간의 경기격차가 큰 상황이고 하반기에도 그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경기가 좋아 연내 두 차례 인상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도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무역분쟁이 계속된다면 글로벌 경기는 서서히 하강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이며 주요국 중앙은행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까지는 무역전쟁 관련해서 실물 경기에 미치는 악영향 부분은 고려되지 않은 상태라는 설명이다.
하 연구원은 "무역 분쟁이 격화될 시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연말 고점 1180원을 예상한 A은행의 외환 딜러는 "무역전쟁 이슈 심화되고 미국 금리 인상 분위기 이어지면서 1120~1180원에서 등락하다 1150원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B은행의 외환 딜러도 미국 금리인상과 무역전쟁 심화 가능성을 달러/원 환율 상승 이유로 들며 "전년도에 상단이 1160원대에서 저항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1160원 선에서 크게 저항을 받을 것이고 하단은 60일 이평선이 위치한 1100원 정도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C은행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달러/위안 환율의 움직임에 주목하며 최근 위안화 가치 급락으로 달러/원 환율이 단기적으로 오버 슈팅한 상황으로 진단했다. 그는 "중국이 부채기업과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유도하면서 중국 내 지표들이 악화되는 경계감이 달러/원 환율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3분기 이후 무역분쟁이 완화국면에 접어들 것을 예상하며 연말 달러/원 환율 전망을 1100원 아래로 보는 시각들도 존재한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연말 달러/원 평균은 1085원, 레인지는 1060~1110원으로 봤다.
문 연구원은 "무역갈등 이슈와 하반기 경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3분기가 지나면 무역갈등이 완화되고 글로벌 경기도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3분기 즈음 무역갈등이 고조되고 서로 손실을 보는 상황이 되면 각 국가는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도 3분기에 고점(1140원)을 찍고 이후 연말까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민 연구원은 "무역 전쟁 이슈에 외환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는데 미국 입장에서도 무역분쟁을 지속할만한 여력이 안되고 중국 입장에서도 항복할 수 밖에 없어 무역분쟁이 심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jihyeon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