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발행 규모 14% 급감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흥국 달러화 표시 채권시장이 정점을 지났다는 주장이 나왔다.
발행 물량이 위축된 한편 관련 펀드에서 자금 썰물이 이어지고 있고, 투자자들의 리스크 헤지가 봇물을 이루는 등 투자 열기가 꺾이는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된 것.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저금리와 약달러 여건에 상대인 고수익률을 앞세워 지난 수년간 인기몰이를 했던 신흥국 달러채가 달러 강세 및 무역 마찰에 따른 리스크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16일(현지시각)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신흥국의 달러채 규모가 지난 1분기 5조5000억달러로 정점을 찍고 외형이 축소되는 상황이다.
연초 이후 이머징마켓 기업의 달러채 발행은 전년 동기에 비해 14%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국채 수익률과 달러의 동반 상승 및 무역전쟁 리스크가 해당 채권의 투자 매력을 깎아 내렸다는 분석이다.
중국 위안화부터 아르헨티나 페소까지 신흥국 통화는 기록적인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리 상승과 맞물려 채무 원리금 상환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다.
골드만 삭스가최근 보고서를 내고 신흥국 통화의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등 월가의 전망은 흐리다. 특히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관세 보복으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본격화할 경우 이에 따른 충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파키스탄의 루피화 평가절하 역시 신흥국 통화에 악재로 지목됐다. 정국 혼란에 파키스탄 중앙은행은 지난해 12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통화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무역 전면전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 기조 속에 투자자들은 ‘리스크-오프’ 성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고, 매수 열기가 꺾이면서 신흥국의 달러채 발행이 후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 업체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신흥국 채권 펀드는 2015년 3분기 이후 최장기 ‘팔자’ 기록을 세웠다.
SMBC 닛코 증권의 로저 혼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너무 장기간에 걸쳐 금리가 하락하는 여건에서 안주했다”며 “채권시장의 기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