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친화적’인 국회 만들기 위한 세계적인 움직임
뉴질랜드 국회, 아기 안고 회의 참석 가능…수영장도 있어
[뉴질랜드 웰링턴 로이터=뉴스핌] 신유리 인턴기자 = 뉴질랜드와 호주 등에서 아이와 함께 의정활동을 이어나가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뉴질랜드 최연소 총리로 당선된 재신더 아던(37) 총리 [출처=The Telegraph] |
그녀는 지난 6월21일 첫 딸을 순산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뉴질랜드 최연소 재신더 아던(37) 총리는 지난달 21일 첫 딸을 순산했다. 그녀는 세계 최초로 출산 휴가를 떠난 정부 수반으로 기록됐다. 휴가에서 돌아온 뒤 그녀는 아이를 안은 채 토론을 이어나갔다. 아이는 국회에 마련된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는 등 엄마와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했던 이러한 광경은 자녀와 부모에게 더 친근한 국회를 만들기 위해 최근 세계 각국들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입법부가 다양화되고 일하는 부모들에게 적대적이었던 규칙들이 완화된 것이다.
뉴질랜드 국회 의장 트레버 말라드 [출처=Newshub] |
뉴질랜드 국회 트레버 말라드 의장은 “의원 부모들을 위해 그동안 우리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다”며 “의원들이 데리고 오는 아이들을 잘 대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원 간 열띤 토론이 발생할 때 직접 아기를 대신 안아주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국회에 다양성을 증폭시키고, 지난해 9월 총선 때부터 이어진 ‘베이비 붐’을 수용하기 위함이다.
아이를 가진 두 명의 노동당 여성 의원들이 의석을 차지했고, 올초 아르덴 총리와 줄리 앤 젠터 여성부 장관이 임신 사실을 알렸기 때문이다.
◆ 아기를 회의장으로?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더 많은 여성 리더들이 공직에 출마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이라 조언한다.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입법부에서 여성 의원의 수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6월22일 호주 캔버라 의회 의사당에서 라리사 워터스 상원의원이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하며 학교 기금 법안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최근 각종 소셜 미디어 상에 호주나 캐나다 의회 등에서 의원들이 아이를 돌보는 장면들이 올라오고 있다. 라리사 워터스 호주 상원위원은 지난해 6월 의석에 앉아 14개월 딸에게 모유를 먹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나라에서 큰 진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영국 하원의회를 포함한 대부분의 입법부는 국회 내 아이를 데려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에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 여성 의원들이 아이 모유 수유를 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11월 일본 오가타 유카(42) 의원은 일과 아이를 동시에 봐야 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 생후 7개월 된 아들을 안고 회의장에 참석했다가 쫓겨났다.
전 세계의 정당들은 아기들을 입법부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특히 원하는 투표 결과를 확실히 하기 위해 부모의 참석이 필수적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미국 의회는 태미 더크워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생후 10일 된 딸 마일리 펄 볼스비를 데리고 의회에 출석하는 것을 허용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항공우주국(NASA) 본부장 후보에 반대하는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3월14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회의에 스웨덴 구트랜드 의원이 아이를 안은 채 표결하고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러트거스대학교 아메리칸 여성과 정치학 센터 켈리 디트마르 조교수는 “남성들 위주인 미국 입법 기관들은 여전히 오늘날 (여성) 입법자들을 간병인으로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최근 뉴질랜드 국회는 남성 의원들도 회의장에 아기를 데려올 수 있도록 허용했다. 스웨덴 국회는 의원들에게 공식적인 육아 휴가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 하원의회도 부모를 위한 위임투표권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 어린이용 의자와 놀이시설
뉴질랜드 국회에서 의원들은 아이를 위해 어린이 돌봄 센터나 장난감이 채워진 방을 이용할 수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수영장은 물론 의회 카페에 어린이용 의자 및 잔디밭 놀이터 등도 마련됐다.
뉴질랜드 국회는 의원들이 아이와 함께 회의장에 들어서도록 허용하는 것은 물론 아이가 원하면 언제든 부모와 함께 있을 수 있도록 규율을 확대한 상태다.
아이를 위해 마련된 요람 [출처=Newshub] |
재신더 아던 총리는 지난 1990년 파키스탄의 베나지르 부토 총리 이후 등장한 첫 번째 ‘임신한 지도자’다. 그녀는 지난해 10월 총리로 취임하기 직전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아던 총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9월 생후 7주 된 딸과 함께 의회에 들어선 윌로우 장 프라임 의원으로부터 몇 가지 팁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이를 처음 데리고 올 당시 이 공간이 아이와 부모에게 친화적인 장소인지 충분히 테스트했다”고 설명했다.
아던 총리의 사무실에는 아이가 잠잘 수 있는 바구니와 수영 기저귀가 놓여있다.
[뉴스핌 Newspim] 신유리 인턴기자 (shiny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