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자사고 직권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 기각
"교육제도 변경,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 거쳐 시행돼야"
[서울=뉴스핌] 고홍주 이보람 기자 = 교육감의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를 직권으로 취소한 교육부 처분이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진보 교육감들의 자사고 폐지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2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자율형 사립고 행정처분 직권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특히 "원고(조희연 교육감)의 이 사건 지정취소 처분은 그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며 "관련 법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자사고 지정취소는 교육부 장관과 '사전 협의'가 필요한데 이 사건 지정취소 처분은 이러한 동의가 없었다"고 판시했다.
이에 오히려 조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내린 것이 관련 법을 위반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또 "새로운 교육제도는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을 거쳐 신중하게 시행돼야 하고 이 과정을 거쳐 시행되는 교육제도를 다시 변경하는 것은 국가 교육시책에 대한 국민 신뢰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더욱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 교육감은 지난 2014년 10월 자사고 재평가를 통해 경희고·배재고·세화고·우신고·이대부고·중앙고 등 6개교의 자사고 지정을 취소했다.
교육부는 이에 반발해 같은해 11월 18일 "교육감이 초중등교육법시행량을 위반했다"며 지정취소를 직권으로 다시 취소했다. 교육청은 다시 "자사고 지정 취소는 교육감의 권한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행사한 것"이라고 맞서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 169조 1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의 사무에 관한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하거나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될 경우 시·도에 대해서는 주무장관이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 또 같은 법에 따라 이에 이의가 있을 경우 지자체장은 15일 안에 대법원에 소송 제기가 가능하다.
사법부의 이번 판단으로 교육부로부터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유예받은 서울 소재 6개 자사고 가운데 일반고로 전환한 우신고를 제외한 나머지 5개교는 내년 재평가 때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또 조 교육감 등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진보 교육감들의 자사고 폐지 추진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조 교육감은 지난달 재선에 성공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해 자사고와 외고의 일반고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교육부에서 권한을 주면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해 12월 교육부 동의 없이 교육청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에서 학교 수업을 마친 학생이 학원을 향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