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민변 등 참고인 진술 확보 뒤 임종헌 등 소환 전망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참고인 등 진술 확보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핵심 관련자들이 사용한 PC에 대해 디지털포렌식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자용 부장검사)는 11일 오후 2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송상교 변호사 등 3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검찰은 사법권 남용 의혹 문건 중 ‘민변대응전략’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대법원이 검찰에 제출한 410개 문건 중에는 상고법원 입법 추진 관련해 민변대응전략 내용이 담겼다.
민변은 해당 문건을 공개해 달라고 법원행정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행정처는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말 하창우 전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을 불러 변협에 대한 사법부의 압박 방안에 대해 조사하는가 하면, 사찰 등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진 법관들을 대상으로 문건 내용의 실행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이처럼 검찰이 민변과 변협 등 참고인 조사에 집중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법원을 수사해야 하는 특성 등을 감안해 보다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참고인 조사를 통해 진술을 확보한 뒤, 법원과 사건 핵심 관련자 조사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서초동 법원행정처 입구 / 김기락 기자 peoplekim@ |
‘재판거래’, ‘법관 사찰’ 등으로 시작된 사법권 남용 의혹이 검찰 수사를 통해 민변과 변협 등 민간인 사찰 의혹까지 불거지는 모양새이다. 변협에 따르면 당시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하창우 전 변협 협회장에 대한 사건 수임 내역 조사 등을 논의했다.
또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관련자 PC에 대해 디지털포렌식 수사에 착수했다. 디지털포렌식은 PC나 휴대전화 등에 저장된 디지털정보를 분석해 증거로 활용하는 수사기법이다.
특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이 사용한 PC의 하드디스크도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아 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들 하드디스크는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복구 불가능토록 삭제하는 ‘디가우징’으로 영구 삭제됐다. 검찰은 내부 전문가는 물론, 외부 전문가 등을 통해 복구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사법권 남용’ 수사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려움도 많을 것”이라며 “참고인 조사를 마치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을 피의자 신분이든, 참고인 신분이든 소환 조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까지 수사할지는 조금 더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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