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8일 SBS스페셜에서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그녀의 시간을 기록하는 아들의 이야기가 방송된다.
전북대학교 영문학과 이종민 교수(64)는 구순의 노모와 처음으로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상 도도했던 어머니의 치매 판정 후, 귀촌을 택한 아들은 요즘 들어 어머니가 낯설게 느껴진다.
평화로이 잘 지내던 어머니에게서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의미 모를 단어들. 하나, 둘씩 소멸해가는 어머니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 수상한 단어들은 뭘까? 우리 어머니는 누구였을까? 아들은 어머니의 미스터리한 과거를 파헤쳐보기로 했다.
◆ 공방살과 첫 사랑
“아이고~ 우리 못 태어날 뻔했네.”
어머니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던 중 나온 ‘공방’이라는 단어. 처음 듣는 단어의 등장에 이 교수의 눈이 동그래졌다. 깨가 솔솔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여느 집처럼 평범한 부부라고 생각했는데 뒤이어 나오는 당신의 구체적인 ‘첫사랑’ 이야기에 아들은 생각에 잠긴다. 어머니의 꽃다운 시절은 어땠을까. 그는 그동안 전혀 알 수 없었던,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어머니의 젊은 날들이 궁금해졌다.
[사진=SBS] |
◆ 철대문과 멍석 아홉 장
“철대문, 멍석 아홉 장, 뒤주 두 개. 살림을 그 놈이 다 가져갔어.”
어느 날 시작된 어머니의 집착. 집착의 대상은 맛있는 음식도, 재밌는 놀 거리도 아닌 새파란 철대문이다. 도대체 누가 남의 집 철대문을 떼어갔다는 건지, ‘철대문’이란 단어만 나오면 말갛게 웃던 어머니의 눈빛이 매서워진다. 어머니에게 철대문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그 철대문을 훔쳐간 도둑은 과연 누구인가.
◆ 어머니, 당신은 누구십니까
'오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쉽게 잊어버리고, 잊어야 할 것은 정작 잊지 못하는 짐처럼 무겁게 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 이종민, '망각은 저주인가? 축복인가?' 中
미스터리한 나의 어머니 황정례 여사. 기억을 잃어가는 가운데 그녀에게 오히려 더 또렷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누구의 엄마도, 누구의 아내도 아닌 오롯이 한 개인으로서의 황정례였다.
아흔 두 해, 인생의 마지막을 향해 달리고 있는 어머니의 ‘시간’을 기록으로나마 붙잡아보는 아들의 이야기, SBS스페셜 '미스터리한 나의 어머니 황정례'는 8일 밤 11시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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