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전 기준치 184배 초과 검출…식약처 회수 조치
WHO 규정 발암물질…증상 발생 수개월에서 수년 걸려
2005년 '통심락' 발매 후 최근 '심경락'으로 명칭 변경해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일양약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납’이 검출된 약을 오랜 기간 판매해 온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납 중독은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증상이 나타나는 만큼,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심각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 13년 유통된 협심증치료제가 납 범벅?… ‘심경락캡슐’ 판매 중단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양약품의 ‘심경락캡슐’ 일부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납이 검출됐으며, 피해자 실태 파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5일 시중에서 유통된 일양약품 ‘심경락캡슐(심경락)’ 중 제조번호 ‘18001’의 사용중지 및 회수 조치를 내렸다. 대한약전의 납 기준치 5mg보다 초과했기 때문이다.
일양약품 심경락. [사진=식약처] |
일양약품의 심경락캡슐은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협심증 치료제다. 중의학인 풍병이론을 기초로 개발됐다. 주성분은 전갈, 수질(거머리), 오공(지네), 선퇴(매미껍질 또는 매미허물), 자충(바퀴벌레 일종) 등 동물생약 5종과 인삼, 작약, 용뇌 등 식물생약 3종으로 구성됐다.
앞서 일양약품은 2005년 동일한 성분의 ‘통심락’을 발매했으며, 최근 제품명을 ‘심경락’으로 변경해 판매 중이다. 따라서 심경락은 13년 동안 소비자들에게 유통된 셈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문제의 ‘심경락’ 제품에서 1kg 당 920mg의 ‘납’이 검출됐으며, 이는 기준치 5mg보다 184배 초과한 수치다. 납은 WHO(세계보건기구)가 규정한 발암물질이다.
인체가 어느 정도까지 납을 흡수해도 안전한가의 기준은 WHO와 UN식량농업기구에서 정한 ‘잠정주간 섭취허용량(PTWI)’이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납의 허용 수치는 25㎍/㎏/week이며, 이를 60㎏의 성인으로 환산하면 1주일 동안 약 1.5㎎이다.
납이 폐로 들어왔을 경우 약 40%, 위장관에서는 5~10% 정도 흡수된다. 나머지는 배설물을 통해 그대로 빠져나간다. 그러나 납의 가장 무서운 점은 몸 안에 한 번 쌓이면 좀처럼 나가지 않고 오랜 기간 차곡차곡 축적되는 것이다.
◆ 오랜 시간 지켜봐야 되는 납중독… “피해 규모 파악 시급”
실제로 납 중독은 대량 투여로 인해 갑자기 발생하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소량의 납이 인체에 꾸준히 저장되면서 나타난다. 이에 따라 증상이 생기기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게 된다.
납 중독 초기에는 식욕부진과 변비, 복부팽만감 등 소화기와 관련된 증상이 나타나며, 급성 복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권태감, 불면증, 만성 두통, 노이로제 등 정신 건강도 나빠진다.
더 진행되면 신체마비, 빈혈, 간질, 신경염 등 신경계까지 영향을 끼친다. 신경계 이상 반응이 나타나면 회복이 힘들고, 치료가 특이하고 까다롭다.
어린이에게 혼수, 경련 등 심각한 뇌 중독 증상이 나타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회복되더라도 영구적인 지능 저하 후유증을 초래한다. 주의력 저하, 읽기와 배우기 장애, 청각장애, 비정상적인 과민증, 성장 지연, 성격 변화 등을 일으킬 수 있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처럼 ‘납 중독’은 하루아침에 발병하는 병이 아니다. 따라서 184배 초과 납을 함유한 ‘심경락’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 파악과 보상금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심경락캡슐’ 판매 제약사 일양약품 관계자는 “납 함유 과정은 우리도 제조 의뢰자이기 때문에 아직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피해 보상 역시 제조사와 논의 중인 사항”이라고 말했다.
일양약품 통심락. [사진=일양약품] |
ur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