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골드만삭스부터 모간스탠리까지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아시아 증시에 대한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 궤도에 들어섰으며,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결과도 아직 완전히 결론이 나지 않은 데다, 한국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사건이 연이어 터진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MSCI 아시아태평양지수는 거의 일주일 내내 하락하며 올해 들어 기록한 오름폭을 거의 다 반납하고 연중 최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 추이 [자료=블룸버그] |
◆ 아시아태평양
아시아 증시에 대해 오랫동안 낙관적인 전망을 고수해 온 골드만삭스가 전망을 하향 조정해 아시아 증시가 직면한 현실을 반영했다.
블룸버그 통신의 21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MSCI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지수의 12개월 전망치를 기존 640에서 625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과 이에 따른 미달러 상승으로 거시경제 하방 리스크가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 이같이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골드만삭스가 하향 조정한 전망치는 이날 현재 수준보다 13% 가량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골드만삭스가 완전히 비관론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 홍콩
모간스탠리는 홍콩 항셍지수 12개월 전망치를 약 10% 하향 조정했다. 모간스탠리의 전망치는 1월 고점에서 18% 내려가는 수준이다.
모간스탠리는 “항셍지수가 단기적으로 급락 리스크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달러는 미달러에 고정돼 있기 때문에 미국 통화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한편, 상당수 홍콩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수익을 거두고 있어,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전면화되면 홍콩 경제는 양쪽에서 큰 타격을 받게 된다.
◆ 중국
모간스탠리는 중국 증시의 블루칩 지수인 CSI300 지수가 올해와 내년 연간 하락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흥국 위기와 무역전쟁뿐 아니라 중국 내 유동성 여건도 약화되고 위안화도 평가절하돼 중국 증시에 하방 압력을 주고 있다고 모간스탠리는 설명했다.
◆ 필리핀
올해 들어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부진한 필리핀 증시는 1월에 기록한 고점에서 22% 하락했다. 투자은행들은 필리핀 중앙은행이 더욱 강력한 개입에 나서지 않는 한 증시가 되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리핀 최대은행 BDO의 프리츠 오캄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필리핀이 올해 두 차례 금리인상에 나섰으나 페소화 추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증시가 한참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말레이시아
지난 5월 61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말레이시아 새 정부가 막대한 채무 잡기에 주력하면서 말레이시아 증시는 더욱 수세에 몰렸다.
애널리스트들은 말레이시아 기업 어닝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 아직 희망은 있다.
이처럼 아시아 증시 비관론이 대세인 가운데, 싱가포르 메이뱅크킴앵 증권은 낙관론을 펼쳤다.
존 청 메이뱅크 투자은행부문 헤드는 “투자자들이 단기적 소음만을 보지 말고 아시아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는 변동성에 더욱 잘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 투자자들이 아시아 기업들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고 기회를 잡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