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으로 불법 입국한 부모와 격리돼 부모를 찾는 아이의 울음소리와 검문받는 엄마 옆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의 사진에 전 세계가 공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이민정책에서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아동 학대라는 비난까지 받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서지 않는 이유는 철저히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고 CNN이 분석했다.
우선 공화당 내에서는 중간선거에서 교외 지역에 거주하는 독립적 성향의 온건파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까 우려해 불법이민자의 아동격리 조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중간선거보다 2020년 대통령 선거가 우선이다. 반이민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 대선에서 당선된 만큼, 재선에서도 표밭을 잃지 않기 위해 강경한 이민정책을 고수해야 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아동 격리 문제는 이민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민주당의 탓이라는 주장이 끝내 먹히리라는 자신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이 용감하게 백악관 출입기자들 앞에 서서 자신의 정책을 변호했다며 이같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닐슨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국경과 미국의 안보를 훌륭하게 설명했다. 또한 동시에 가족 격리를 강제하는 쓸모없고 형편없는 법을 바꿔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리는 미국에서 ‘심장’과 안보가 모두 지켜지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아동 격리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 가운데 어린 아이가 엄마에게 매달려 있다.[사진=로이터 뉴스핌] |
문제는 정계, 종교계, 재계, 심지어 동맹국들까지 트럼프 비난에 가세하면서 그가 점점 고립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야말로 전지전능한 행정적 권한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이 ‘선의를 가지고’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하고 러시아 대선 스캔들과 관련해 자기 자신을 사면할 권리까지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마당에, 트럼프 대통령이 아동 격리를 막을 권한이 없으며 의회에서 결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손이 묶였다고 하는 백악관의 주장에도 어폐가 있다.
백악관은 아동 격리 문제를 수정해 공화당이 내놓은 이민법 개정안 두 개를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할 것이라 약속했다고 밝혔다. 하나는 공화당 내 보수파의 입맛에 더 맞는 수정안이고 하나는 온건파가 환영할 만한 수정안이다.
하지만 수정안조차 비자추첨제와 연쇄이민 폐지 내용을 담고 있어 상원에서 통과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CNN은 예상했다.
아동 격리 문제를 이민 문제와 분리해서 인도주의적 문제로 보지 않으려 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오히려 정치적 역학을 바꿔 자신의 이민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 아동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않고 있다는 백악관의 해명이 더욱 거센 비난을 몰고 온 이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에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대중의 공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책을 관철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점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 즉, 법은 이행돼야 하고, 불법 행위를 저지른 부모들이야말로 아이들을 담보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인 애리조나주 주민 칼 바이어는 CNN에 트럼프 대통령을 완전히 지지한다며, “불법 이민자들은 법을 어겼다. 이들에게 동정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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